조환익 사장 “후임에게 길을 열어 줘야”···수출 길 닦고 퇴장관료시절 용기있는 퇴장···“능력있는 후배들에게 기회 필요”한전 역대 최장수 CEO···11조 빚더미, 전기료 누진제 등 해결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임기 만료 석 달을 앞두고 퇴임한다. 영국 원전 수주를 마친 직후라 관가 등에서는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 퇴임도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사장은 내일(8일) 나주 한전 본사에서 퇴임식을 열 예정이다. 조 사장의 임기는 지난 2012년 12월 한전 사장에 취임한 조 사장은 이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역대 최장수 한전 최고경영자(CEO)로 임기는 내년 3월 27일까지다. 사실 그는 두 차례 연임했고 한전 최장수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조 사장의 이번 사임은 과거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의 용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조 사장은 “능력 있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산자부를 살리기 위해 아무런 보장 없이 이 한 몸 바치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장재식 전 산업부 장관은 조 사장의 사표를 만류했으나 조 사장은 “침체된 산자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선배들이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조 사장의 행보에 대해 ‘아름다운 용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그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조 사장의 과감한 결정에 산업부는 승진을 비롯한 줄 잇는 인사로 적체된 인사에 숨통을 틀 수 있었다. 당시 산업부는 차관부터 고참과장까지 연령대가 비슷해 후배들 입장에서는 승진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리더의 품격은 양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조 사장은 관료 시절부터 실력파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조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은 유명하다.
조 사장이 이끄는 한전은 2012년 3조2000억원의 적자를 2013년 2000억원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고, 2015년 영업이익 11조 3000억원으로 최대실적을 거뒀다. 이어 지난해 12조원으로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2차례 연임에 성공하면서 ‘한전 역대 최장수 사장’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이밖에 조 사장은 재직 중 2013년 전력수급 위기, 밀양 송전탑 건설, 전기요금 누진제 등의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추진력이 강해 부하직원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시위로 1년 이상 공사가 지체된 곳은 한전 사장 취임 이후 40번 이상 현장을 찾아다니며 마을 주민과 종교인을 설득했다.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에는 복수 차관 자리를 만들기 위해 3~4개월 동안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며 관철 시켰다.
그는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전화나 편지를 쓰는 등 직원들 한 명씩 챙기기도 한다. 김동균 본부장은 “지금도 사무실 근처에 들리면 옛 직원들에게 ‘번개’를 제안해 저녁 자리를 갖는다”며 “‘나한테는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야’라며 후배들에게 믿음을 준 리더였기 때문에 조직을 떠나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는 어려운 상황을 정면돌파 한 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전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막힐 뻔한 원전 수출 길이 열렸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 원전 수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맹추격하던 중국을 기술력으로 따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 사장의 퇴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전남 지역사회는 “에너지 밸리 조성이나 한전 공대 설립 기반 마련 등 지역경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한전이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겨 온 이후 조 사장은 에너지 밸리 조성사업에 전력하면서 광주와 전남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조 사장의 퇴임식은 8일 오전 11시 나주 본사에서 열린다. 행정고시 14회 출신인 조 사장은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차관 등을 거쳤다. 공기업에서는 한국수출보험공사와 코트라(KOTRA) 사장 등을 역임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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