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성과 2014년 실적 회복한 수준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 9개는 2014년 대비 감소세계 교역량 증가로 인한 파급효과 배제할 수 없어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2016년 대비 15.8% 증가하며 금액상으로 사상 최고치인 5739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무역 1조 달러(1조502억 달러)를 회복한 것은 3년만이다. 또 역대 최단 기간 내 수출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올해 들어서도 수출실적은 9.2%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경연은 5739억 달러라는 수출액은 2014년 실적인 5727억 달러를 회복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세계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액이 각각 8%, 5.9% 하락하며 2년 연속 저조한 실적이 계속됐으며,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은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3대 주력 수출품목의 증감 상황을 살펴보면 4개 종을 제외한 9개 품목은 평균 1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2%(’17년 기준)에 달하는 만큼 이들 품목의 수출액 변동은 의미가 있다는게 한경연의 설명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가전(△40.5%), 석유제품(△31.4%), 무선통신기기(△25.3%), 디스플레이(△15.3%) 등 9개 품목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13개 품목 전체로도 2014년 대비 2.7% 감소했다.
또 한경연은 소비재 보다 원자재, 자본재 수출 주도 경향이 뚜렷한 우리나라 특성상 세계 교역량 증가에 따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6년 1.3%에 불과했던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지난해 3.6%까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난해 1~9월 전 세계 상품수출(11.9조불)은 9.2% 증가세를 기록, 같은 기간 우리나라도 10대 수출국 중 1~9월(누적) 수출증가율 1위(18.5%)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수출 호조는 기업의 체질개선으로 인한 물량 증가보다 가격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출금액 변동을 가격요인과 물량요인으로 각각 파악하는데 쓰이는 ‘수출 물량지수’와 ‘수출 금액지수’를 비교해보면, 물량지수는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 각각 6.6%, 2.8%, 9.4% 증가했던 반면, 금액지수는 17.2%, 12.6%, 18.9%로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도 2016년 수출액 대비 57.4% 급증했던 반도체는 D램 현물 가격이 89.9%, 낸드(NAND) 현물가격이 49.1% 상승했을 뿐 아니라, 메모리 수요 급증까지 더해져 단일품목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이 900억 달러(979.4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도 유가 상승세를 타고 수출 단가가 상승하며 2016년 수출액 대비 각각 31.7%(석유제품), 25.3%(석유화학) 증가했다.
연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원화강세와 고환율도 수출증가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유가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율은 작년 초 대비 10%이상 떨어져 1,06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초 배럴당 60달러였던 유가는 6주 만에 70달러(브렌트유, 1/15 기준 $70.26)를 넘어서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최대 50%, 태양광 전지 및 모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 전자·태양광 업체들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경연은 추가 관세 부과는 불가피하게 완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우리 수출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낙관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하며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양자·다자 채널을 통한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하고, 기업들도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의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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