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쥐락펴락하며 전국구서 각인금융뿌리에 90%룰, 겸손·신중경영 부각김대현 상무 등 자식들도 가정교육 철저김 회장은 간만본다? 시장 이미지 개선해야
김상열 회장이 우리나라 건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호남 맹주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산업을 거침없이 넘보더니 급기야 최근엔 국내 굴지의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전국구 시장에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대우건설 해외부실 등 돌출 변수로 인수를 포기했으나 그가 엄청난 자금력 등으로 M&A시장에서 큰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사세를 확장했는지 관심을 끈 것도 고래가 새우를 품었다라는 얘기가 나온 최근부터다.
특히 은둔형 CEO로 알려지며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면 김 회장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며 공공택지 등 입찰과 M&A의 귀재로 불릴만 한다.
◇시초는 건설아닌 금융···M&A의 마법 원천
1961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광주고등학교를 6년만에 졸업했을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건설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중소건설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평소 ‘정주영 현대 회장이 롤 모델’이라고 했을 만큼 사업 욕심이 컸던 그는 28살 때인 1989년 자본금 1억원, 5명의 직원으로 호반을 설립했다. 그는 지난 1996년 현 호반건설의 모태인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해 금융업을 시작했다. 현대파이낸스는 신화개발주식회사, 호반건설산업으로 사명을 바꾸다가 2006년 현재 사명인 호반건설이 됐다. 그의 뿌리가 건설과 함께 금융업도 빼놓을 수 없다는 의미다.
김 회장이 개발사업 등 건설업 뿐만 아니라 M&A 시장의 큰손으로 이름이 높아진 것도 그가 금융쪽 지식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이후 김 회장은 성장을 지속해 오다 지난해 기준 재계 47위로 대기업집단에 편입할 수 있게 됐으며 대우건설을 인수해 건설 3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 것.
김 회장은 몇 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무차입 경영’, ‘90% 분양 원칙’(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의 누적 계약률이 90%를 넘지 안으면 신규 분양 안하는 것)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경영 스타일을 밀어 붙여 급속도의 성장을 이뤘다.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울트라건설, 여주 스카이밸리(CC), KBC광주방송 등을 인수했고 결국 대우건설 M&A에서 강력한 뚝심으로 끝까지 베팅하며 엄청난 자금력과 높아진 위상을 과시한 것.
호반 내부에서 김 회장은 겸손한 인품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외부에 나가서 사업 자랑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본인 자신도 항상 근검한 자세로 경영한다고.
그러면서 늘 초심을 읽으면 안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이 잘나갈때 시기의 대상이 되지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그는 본인 관리는 물론 김대헌 호반 전무, 김민성씨, 김윤혜 호반베르디움 실장 등 그의 자제들에게도 평소 가정 교육을 철저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가의 아이콘?···간만 본다 이미지 바꿔야
이렇듯 보수적인 경영으로 호반그룹의 일군 김 회장. 돌다리도 두둘겨보고 안건너는 신중한 자세는 일부 시장의 의심을 사기도 한다. 이번 대우건설뿐 아니라 금호산업과 SK증권 같은 굵직한 기업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가 중도에 하차하면서 ‘간만보다 막판에 슬그머니 빠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호반건설은 2015년 이후 10번의 M&A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성사된 M&A는 두어 건에 불과하다.
호반의 이런 행보는 그룹 오너인 김 회장의 보수적인 접근법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바닥부터 시작해 호반그룹을 일군 김상열 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을 확장하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적정가격 이상의 매물은 미련 없이 눈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싸지 않으면 아무리 매력적인 회사라고 해도 미련없이 협상을 걷어찰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대우건설처럼 덩치가 크고 해외 사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매물은 특히 ‘승자의 저주’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 해외 부실이 터진 직후 김상열 회장이 신속하게 인수철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간만 보고 빠진다는 이미지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주택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M&A로 사업 확장을 노려야하는 김 회장 입장에선 호반이 인수전에 뛰어들면 완주 의지가 없구나라는 시장 이미지를 개선하는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이 덩치가 커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적정가가 아닌 저가 매수에만 매달린다거나 간만 본다는 시장의 의심이 짙어지면 호반으로서도 마이너스가 된다. 이번에는 너무나 빨리 대우건설 포기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신중론이 아닌 지나치게 빠른 결정이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이 광주 지역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만큼 그의 전략적 행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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