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땐 정치권 등 각종 논란에도 인수 의지 강했지만대우건설 대규모 해외부실에 인수 포기 선언한 호반평소 보수적인 김회장에겐 실적·수치 그 이상의 의미신뢰도 하락·배신감 등 복합적인 감정 영향도 컸을 듯
호반건설 측 입장대로 지난 3개월여 간 인수 기간 동안 김 회장은 정치권 연루설, 특혜설, 노동 조합 등 일부 대우건설 내 매각에 대한 저항으로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나서길 싫어하고 안정적인 사업만 고수해오던 김 회장에게 규모면에서도 10배나 큰 이번 대우건설 인수는 하나의 ‘인생 도전’이었다.
김 회장은 원래 업계에서도 지나치게 안정적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밀하고 보수적인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투자 보단 현금 보유를 고수했고 분양한 단지 누적 분양율이 90%가 넘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거나 빚을 져서 무리하게 사업지에 들어가는 일이 없었다. 이전에도 다양한 M&A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만 기업을 인수해왔다.
때문에 이번 대우건설 어닝쇼크는 김 회장한텐 실적과 수치 그 이상의 의미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감내해왔던 시간들에 대한 복합적 감정이 작용했을 것. 특히 인수 이후에도 대우건설 내부적 반발이나, 정치적 시비 등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각종 논란, 경영 정상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추가적 리스크가 하나 더 나타나면서 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일을 계기로 김 회장은 대우건설 회계에 대한 신뢰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실사를 통해 들여다봤지만 이번 어닝쇼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대우건설의 해외손실액 3000억원은 호반건설 한 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인데다 앞으로 추가적 손실이 또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도 이번에 매각의지가 강했던 만큼 실망감도 컸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른 것보다도 신뢰성이 걸린 문제인 만큼 보수적인 오너 입장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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