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중견건설사 회장, 아침 회의서 김 회장 호평 일색치밀한 경영·나무와 숲을 보는 혜안·사업지 분석력 등내부적으론 초심 강조·겸손 리서쉽 발휘 높은 평가 업계에선 호반과 대우건설 시너지·큰 지각변동 기대
실제로 그는 그런 평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그는 그간 지나치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밀하고 보수적인 경영 방식으로 호반의 사세를 키워왔다. 국내 외환위기(IMF) 이전 주택 호황으로 다른 건설사들이 땅과 부지를 사들이며 사세를 확장할때도 김 회장은 현금을 차곡차곡 쌓으며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결국 외환 위기 사태가 터지면서 김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은 결국 빛을 발한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전에 사들였던 땅들을 헐값에 내놓을 때 김상열 회장은 그간 축척한 현금으로 싼값에 부지를 사들여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1989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으로 출발한 호반은 오늘날의 자산총액 7조원, 재계순위 47위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를 오랜 시간 가까이 한 지인은 그가 고수한 ‘분양률 90% 원칙’과 ‘무차입 경영’이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아예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미분양 위험을 피했고, 빚을 최소화하는 경영 방식으로 곳간 또한 두득하게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구수도 대단지 보다 리스크를 줄인 중 규모 단지를 선호하는 등의 방식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그의 나무와 함께 숲을 볼줄 아는 넓은 혜안은 M&A 시장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그동안 금호산업,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제주퍼시픽랜드, 한국종합기술, 블루버드CC 등 건설업 외에도 의료, 증권, 레저 등 다양한 인수전에 등장했지만 울트라건설과 퍼시픽랜드 인수 외에 일을 크게 벌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금호산업 인수전에선 단독입찰했지만 당시 시장가 보다 현저히 낮은 인수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슬쩍 이름을 뺐다. 때문에 업계에선 호반의 인수전 참여 진전성에 대한 의심과 함께 ‘저가 매수’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나서야 할 때가 돼자 그 어느때 보다도 대범한 결단력으로 일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인수 의지는 그가 꺼낸 ‘분할인수’ 카드에서 드러난다. 당초 업계에선 그간 보여온 호반의 M&A 행보 때문에 대우건설 인수 완주 여부를 두고 가타부타 말이 많았다. 언제든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호반은 숏 리스트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예상하던 1조2000~1조4000억원 보다도 2000억원 가량 이상 높은 1조 6000억원 대에 인수가격을 책정했고, 분할인수를 통해 각종 경영·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대우건설 노조와 정치권 등의 반발에도 일을 강행하고 있다.
호반 내부에서 그는 겸손한 인품으로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외부에 나가서 사업 자랑을 되도록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본인 자신도 항상 근검한 자세로 경영에 임한다고. 그러면서 늘 초심을 잃으면 안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이 잘나갈 때 더 시기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반건설 고위 관계자는 "최근 주택사업이 승승장구하고 급기야 대우건설까지 섭렵하게 됐지만 실제론 임직원들의 기고만장하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하고 있다. 겸손 경영 철학을 철저히 이행해서 업계에서 손가락질을 덜 받고 글로벌 종합건설사를 넘보는 대기업으로까지 오르게 된 듯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관계자는 “업계에선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을 그저 입이 떡 벌어진 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면서 “김상열 회장의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합쳐지면서 대우건설 뿐만 아니라 호반건설 임원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업계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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