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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공동체’ 된 최종구-김기식, 다툼 없이 순항할 수 있나

‘운명 공동체’ 된 최종구-김기식, 다툼 없이 순항할 수 있나

등록 2018.04.02 20:08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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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취임사서 금융위와 차별성 강조崔-金, 4년 전 국회서 날선 공방 벌여즉각적 갈등 가능성 적지만 우려 상존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이수길 기자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이수길 기자

참 얄궂은 운명이다. 한때 날선 공방을 벌였던 전직 국회의원과 관료가 한 배를 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배가 의도된 대로 순항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2일 공식 취임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금감원의 상급기관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관계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정책 추진에 대한 파워 경쟁에서 최종구 위원장보다 김기식 원장이 더 앞선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최 위원장이 굳건하게 길을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2대 금감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원장이 발표한 취임사를 보면 상위 기관인 금융위와의 차별성을 유독 강조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김 원장은 취임사 초반에서부터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금융 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금융위 결정에 의해 금감원의 활동 폭이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의 이러한 뜻은 앞으로 감독 활동의 수준과 성과를 두고 금융위와의 줄다리기가 자주 벌어지려는 징조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사실상 하부 기관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금감원 임원에 대한 임면권과 예산 승인권은 모두 금융위에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의 알력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무엇보다 김 원장은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청와대와의 관계가 누구보다 가깝다.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 고위층에 직격으로 건의를 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추진력을 따지고 볼 때 최 위원장이 밀린다고 생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중요한 고비가 생길 때면 ‘금융위 패싱’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봐도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의 관계는 꽤나 불안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던 김 원장은 지난 2014년 KB금융지주 전산 시스템 교체로 인한 내분이 발생했을 때 금감원 수석부원장이던 최 위원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전례가 있다.

김 원장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장이었던 최 위원장이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을 가볍게 징계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며 최 위원장과 당시의 금융당국을 향해 ‘무능한 모피아 집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더 나아가 김 원장은 당시 금융당국 최고 책임자의 일괄 사퇴를 촉구했고 결국 최 위원장은 2014년 11월 최수현 전 원장이 물러날 때 같이 물러났다. 2016년 SGI서울보증 사장에 부임하기 전까지 야인으로 지내야 했다.

이같은 구원(舊怨)이 있기에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의 관계가 험로를 걷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당장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설령 실질적 파워 면에서 김 원장이 최 위원장을 앞선다고 하더라도 업무 체계상 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을 제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은 항명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금감원장의 항명이 드러나면 두 기관 간의 갈등도 격해진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금융위와 금감원이 갈등 관계에 놓이면 피해를 받는 쪽은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다. 무엇보다 김 원장이 금융 소비자를 생각하겠다고 말한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구나 김 원장 스스로도 “국회의원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최 위원장이 금융권 안팎에서 소문난 ‘덕장(德將)’으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우선은 두 사람이 서로의 보조를 맞춰가면서 업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고 선을 명확히 해야 시장에 혼란이 덜 올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인만큼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이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합을 맞춰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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