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경영 비전 밝혀‘다양성’ 추구 회사문화 이어갈 것
넥슨은 25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이정헌 대표 등이 참석한 ‘신임 경영진 미디어토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어느 정도는 실행에 옮긴 부분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정헌 대표는 대표이사를 맡은 것에 큰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것을 지난해 12월 초 박지원 전 넥슨코리아 대표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박지원 대표가 부르더니 어깨를 툭 치면서 ‘고생해’ 한마디 하더라”며 “처음에는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뻤지만, 내가 대표를 하는 동안 회사가 망하면 어쩌나 하고, 그날 밤부터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큰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대표와 이정헌 대표는 입사 동기다. 지난 2003년 넥슨 신입사원으로 나란히 입사해 차례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박 전 대표가 넥슨을 이끈 지난 3년 동안 넥슨은 실적, 업계에서의 위상 등 주요 평가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대표의 부담감이 더욱 커질만한 대목이다.
차기 대표이사 내정 후 이어진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와의 ‘압박면접’ 후기도 털어놨다. 이 대표는 “그동안 근무하면서 오가다 김정주 대표를 슬쩍 마주친 적은 있지만, 실제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김 대표가 회사를 맡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하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상 대표이사 면접 자리였는데, 김 대표를 만난다는 사실에 너무 떨리고 긴장돼, 처음에는 나름대로 준비해간 정제된 답변으로 일관했다”면서 “그런데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편하게 얘기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김정주 대표는 이정헌 대표에게 임기 중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마음껏 펼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김정주 대표가 회사가 정말 변하려면 지금보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며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경영에 임하라는 뜻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발탁된 이유를 ‘넥슨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라고 했다. 넥슨은 게임뿐 아니라 임직원도 ‘다양성’을 최우선 가치로 한다. 그는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회사”라며 “본질적으로 사람 자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문화가 존재한다”며 넥슨의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다양성에 기반한 넥슨의 문화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시장은 계속 변하고 이용자들의 입맛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 때문에 인기 있는 게임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궁극적으로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획기적으로 개발 조직을 개편했다. 전체 개발을 총괄하던 ‘신규개발본부’를 폐지하고 7개의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했다. 이로써 각 스튜디오는 예산 한도 내에서 게임 개발, 인력 채용 등에서 높은 자율성을 갖게 됐다. 이 대표는 “각각의 스튜디오들이 다양함 속에서 게임 개발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은 향후 넥슨의 투자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는 근시안적 투자보다는 보다 멀리 바라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정 장르를 정해두고 M&A(인수·합병) 등 투자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론 대규모 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지만 요즘에는 세상에 없는, 신선한 게임을 만드는 작은 개발사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대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넥슨의 문화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5년 후, 그 이후에도 넥슨의 문화는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며 “세상에 없는 것들을 탐구하고 다양한 게임을 만드는 열정 있는 회사가 되는 것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임기 내 자신이 만들고 싶은 회사의 모습을 밝혔다.
뉴스웨이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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