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금리 상승에 발행 보류동양생명은 후순위채로 유형 변경발행 수요 몰리자 가산금리 급등해발행 보류하거나 규모 축소 가능성
두 보험사는 아직까지 기존 자본 확충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수정이 불가피하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최대 1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보류하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당초 지난달 19일 이사회를 열어 10억달러 이내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JP모간, 노무라, UBS 등을 발행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달 중 발행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앞서 동양생명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다 해외 후순위채권으로 발행 유형을 변경했다.
동양생명은 5월 21일 이사회에서 최대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키로 했으나, 한 달만인 지난달 21일 이사회에서 동일한 규모의 해외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했다.
두 회사는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 도입과 이에 따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에 대비해 대규모 자본 확충을 추진 중이다.
이들 보험사가 기존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을 번복한 것은 가산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산금리가 급등하면서 발행 환경이 급속히 악화됐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영구채다. 만기가 없거나 30년 만기로 발행돼 금리가 높을수록 발행회사의 부담이 커진다.
실제 올해 4월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한화생명의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7%에 가산금리 2%를 더한 4.7%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뒤인 5월 KDB생명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84%에 가산금리 4.66%를 더한 7.5%의 금리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7월 교보생명이 5억달러(약 567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당시 발행금리는 3.95%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 확충이 시급한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리다 보니 이를 이용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분위기”며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해외 채권 발행 시장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했던 현대해상과 신한생명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처럼 발행 시기를 늦추거나 동양생명과 같이 다른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계획대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되, 발행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해상은 3분기 중 최대 7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생명은 하반기 중 최대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5월, 신한생명은 올해 6월 각각 5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국내에서 발행한 바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현대해상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78%로 지난해 12월 말 186.8%에 비해 8.8%포인트 하락했다. 현대해상의 RBC비율은 삼성화재(321.5%), DB손해보험(198.1%), KB손해보험(189%)를 포함한 4대 대형 손해보험사 중 가장 낮다.
같은 기간 신한생명의 RBC비율 역시 175.4%에서 174.3%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ING생명(440.9%), 동양생명(212.1%)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재무건전성 지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해당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은 만큼 기존 자본 확충 계획을 고수하며 금리 상승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에 변동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기존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검토 중인 사안이었다”며 “현재 발행 검토와 관련해 변경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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