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무리한 자원개발 공식 사죄양 사장 부임 후 180도 태도 바꾸고 자숙개발 주도했던 미얀마 가스전은 승승장구두 회사 거친 개발전문가 향후 행보 관심
다음 날, 한 경제지에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날)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17일 한국경제신문은 포스코대우가 올해 영업이익 5000억원 목표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고 보도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 수익이 늘어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골잡니다.
하루 차이를 두고 벌어진 내용들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재 석유공사 대표 ‘양수영’ 사장이 모두 거쳐간 회사라는 점이죠. 과거 대우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영광으로 이끌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입니다.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양 사장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선두자가 아닌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그리고 부채탕감을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양 사장으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대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취임 후 석유공사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권이 바뀐 최근까지도 인정하지 않던 해외자원개발 실패를 처음으로 시인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석유공사가 그동안 추진했던 하베스트, 다나 등 자원개발 매장량을 과대 평가해 큰 손실을 입혔다고 인정했습니다.
사실 양 사장은 해외자원개발 전문가입니다. 특히 대우의 대표적 해외자원개발 사업이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가스전인 미얀마 쉐(shwe·황금) 가스전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합니다. 미얀마 가스전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포기한 광구였지만 대우가 외국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시추 끝에 2000년 이후 동남아에서 발견한 최대 규모의 가스전이죠.
실제로 양 사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원 개발은 성공률이 30% 수준밖에 안 되지만, 성공하면 70%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국영 기업이나 민간 대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라며 해외자원 개발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습니다.
그는《황금가스전》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를 살펴보면 ‘가장 큰 위기는 미얀마에서 탐사 작업을 하던 중 공동으로 참여하던 파트너사들이 철수를 선언했을 때였죠. 그 당시 대우는 워크아웃으로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 중이었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았죠. 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경영진을 설득해 쾌거를 이뤄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처럼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양 사장이지만 지금은 그 해외자원개발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07년 64%에서 2017년 529%까지 높아진 상태입니다. 무려 10년 사이에 388%가 늘어난 수치죠.
양 사장에게 석유공사는 ‘망해가는 친정’과 같습니다. 양 사장은 1991년부터 5년간 석유공사에서 지구물리팀장으로 자원 탐사를 했습니다. 이후 대우에서 부사장까지 오르며 20여년간 자원 개발 전문가로 일해왔고요. 그는 “21년 전 당시 김우중 대우 회장이 ‘해외 자원 개발을 함께 하자’고 해 석유공사를 떠났다”며 “당시 잘나가던 석유공사와 현재를 비교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밝힌적이 있습니다.
이제 석유공사는 과거에 경험한 적 없는 길을 걸어 가야합니다. 현재 석유공사는 조직 슬림화를 진행 중이지요. 양 사장은 22개 처 112개 팀이던 조직을 18개 처 99개 팀으로 축소했습니다. 중간 간부(3급) 이상은 임금의 10%를 반납하도록 했고, 그 자신도 솔선수범 차원에서 50%를 깎았습니다.
과거의 실패와 성공을 모두 거쳐온 경험 때문일까요? 아직 양 사장은 자신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입니다. 양 사장은 “IMF 때 그룹이 해체된 후 자금난 속에 가스전에 매달렸던 2003년 당시의 대우와 현재의 석유공사 처지가 비슷하다”며 “과거 잘못을 철저히 가려낸 후 내실 있는 사업 추진을 통해 해외 자원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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