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家 사익편취 규제 지분 20%로 일원화혁신성장 위한 대기업 벤처지주사 활성화“특정 기업 겨냥 법률 규제는 지속 불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고, 향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고도성장기에 제정한 공정거래법 규제 틀로는 변화한 경제여건과 공정경제·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면 개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은 법 집행 체계 개편, 대기업집단시책 개편,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 법집행 신뢰성 등 네 개 분야로 구성됐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27차례에 걸쳐 일부 수정됐지만, 전면 개정 시도는 38년 만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주요 권한을 독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80년 공정거래법이 재정됐을 때부터 규정된 전속고발제가 대표적이다. 전속고발제는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고발을 공정위가 독점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발 남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를 막으려는 조처였다.
하지만 법 위반 혐의가 짙은 상황에서도 공정위가 움직이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가격과 입찰 담합과 같은 경성담합 분야에서 폐지를 결정했다. 또 ‘갑질’ 등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가 공정위의 신고나 처분 없이도 법원에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명시했다.
민사 구제수단을 강화하기 위한 자료제출명령제, 행정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담합·시장지배력 남용·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 2배 상향 등의 조항도 도입했다. 관련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정한 유형별 과징금의 상한은 담합이 10%에서 20%로, 시장지배력 남용은 3%에서 6%로, 불공정거래행위는 2%에서 4%로 각각 올렸다.
이를 통해 ‘형사·행정·민사’의 엇박자를 막고 갑질 근절을 위한 경쟁법 집행에 비로소 경쟁 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집중된 사건 처리 부담을 분산해 합리적인 사건 처리 수단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재벌개혁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경직적 사전 규제와 과잉규제를 개정안에서 되도록 배제했다. 재벌이 경영권 승계 ‘꼼수’를 목적으로 악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상장회사는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들 회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규정도 담겼다.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이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쉽도록 자회사 지분보유 비율을 완화하는 등 요건을 낮춘다.
인수·합병(M&A) 때 자산총액·매출액이 신고기준(300억원)보다 낮아도 인수 가액이 크면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거대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합병할 때 국내 매출액이 작아 국내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차적 투명성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의 처분을 결정하는 9인 전원회의 위원 중 겸직인 비상임위원 4명을 상임위원으로 바꾸며 책임성을 높인다. 4명은 대한변호사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소비자단체협의회가 각각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로 채운다.
공정위 조사권한 남용을 방지하고자 사건 처분시효를 최장 12년에서 7년으로 단축한다. 공정위 사무처의 심사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된 후에는 현장조사나 피심인 진술 청취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현재 고시에 규정된 변호인 조력권, 피조사자 진술권은 법률에 상향 규정해 공정위 조사를 받는 이들의 방어권을 높인다.
김 위원장은 “이해관계자 등 국민 의견을 경청해 정부 안을 더욱 합리적으로 다듬어 가겠다”면서 “국회에서 충실한 심의를 거쳐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는 21세기 한국 경쟁법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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