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문호 개방 맞물려 M&A 시장 열려신한금융 이어 우리은행도 신탁업 진출 희망업계 내부서는 ‘금융판 골목상권 공격’ 우려‘노력 없는 이자놀이’ 비판의 연장선 될 수도
금융지주회사들의 부동산신탁회사 M&A 추진 이야기는 지난 7일부터 본격화됐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로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성공한 신한금융지주가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신한금융지주는 아시아신탁 최대주주인 정서진 아시아신탁 부회장 등이 보유한 아시아신탁 지분 79.15%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수 협상이 타결되면 신한금융지주는 15번째 자회사로 아시아신탁을 품게 된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부동산신탁회사는 총 11개이며 은행계 금융지주회사 중 부동산신탁회사를 자회사로 둔 곳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정도다. KB금융지주는 KB부동산신탁을,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자산신탁을 각각 자회사로 영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들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노력 중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M&A를 통해 부동산신탁 자회사를 품었다. KB금융지주는 옛 주택은행의 자회사였던 주은부동산신탁을 2002년 인수해 KB부동산신탁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하나금융지주도 2010년 다올부동산신탁을 인수해 하나자산신탁으로 재출범시켰다.
최근에는 신한금융지주가 아시아신탁 인수를 추진하는 것 외에도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도 매물로 나올 만한 부동산신탁회사 목록을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지주회사들은 왜 부동산신탁회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신탁업을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신탁업계는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의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권 진입규제 장벽 완화의 일환으로 부동산신탁업의 신규 사업자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마지막 부동산신탁업 사업자 인가가 나온 후 9년간 신규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없다. 시장 내 경쟁자가 적은데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금융지주회사들이 부동산신탁 회사 인수를 희망하는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알짜 자회사인 은행과 부동산신탁회사가 한울타리로 엮일 경우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고액의 자산가들이 은행계 부동산신탁회사의 신탁 상품을 선호하는 최근의 시장 트렌드를 감안할 때 은행들이 개발한 각종 상품을 더 판매할 수 있어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형 시중은행을 앞세운 금융지주회사들이 부동산신탁업에 잇달아 진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부동산신탁업 진흥의 취지와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들의 사업 확장이 마냥 환영받는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신탁업계에서는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진출을 대형 유통채널의 골목상권 침투와 비슷한 이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업계 전반을 휘젓는다면 경영 기반이 다소 약한 지방 연고 부동산신탁회사는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업계 바깥의 우려도 있다. 주요 은행의 순이익 중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역시나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업종’ 중 하나인 부동산신탁업을 육성한다면 ‘불로수익’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은 뻔하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업의 높은 수익성과 해당 업종에 대한 금융당국의 문호 개방이 맞물리다 보니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일각에서 볼 때는 비판 받을 만한 행보로 보일 수 있겠지만 수익 창출 채널의 다변화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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