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현대상선 대대적 혁신 예고 “안일한 직원 퇴출” 발언, 대표 교체설까지원칙론 벗어난 ‘無조건’ 지원에 부담 큰 듯“‘주인의식’ 회복이 정상화 키워드” 관측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금 수혈을 앞둔 현대상선을 향해 또 한 번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대규모 공적 자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회사도 그에 걸맞은 노력으로 부응하라는 ‘경고’다. 다른 각도로 보면 금호타이어나 한국GM, STX조선 등과 달리 정부 방침에 따라 ‘조건 없이’ 지원을 떠안은 데 대한 이 회장의 고민으로도 읽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본 투입만으로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면서 “회사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일한 임직원은 앞으로 퇴출하겠다”며 “해외 지점에 대한 집중 감사를 통해 일부 지적 사항이 나왔고 징계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장은 상당했다. 이튿날부터 현대상선에 말 그대로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시작해 결국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질 것이란 ‘CEO 교체설’로 번져나갔다.
어찌보면 뻔한 전개였다. 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까지 퇴출시켜야할 임직원이라면 그 누구라도 가장 먼저 대표이사를 떠올렸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곧바로 “현 경영진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고 산은 측도 인적 쇄신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적어도 ‘지금까진’ 현대상선의 경영혁신이 곧 ‘CEO 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 회장은 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얘기를 꺼냈을까.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지원 과정에서 그 배경을 찾는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지원을 결정하기까지의 여정은 올 한 해 추진했던 다른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분명 차이를 보였다. 산은이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을 위해 내거는 ‘전제 조건’이 없었다는 점이다.
STX조선과 금호타이어의 경우 노조의 자구안 그 조건이었고 한국GM에 대해서는 1대주주인 GM(제너럴 모터스)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경영이 협상의 키워드였다. 이들 모두 정치 논리에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 회장의 ‘원칙론’에서 비롯됐다. 반면 현대상선은 그런 논의를 거치지 않고 투자를 확정지었다. 한진해운 대신 남은 이 기업을 ‘국적 선사’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분에 아쉬움을 느낀 이 회장이 우려를 우회적으로 토로하는 동시에 현대상선 측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전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음은 물론 지금껏 굳건히 지켜온 ‘구조조정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 회장과의 대화 곳곳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을 택한 것은 전 정권이지 산은이 아니었다”거나 “무수히 많은 부실 대기업을 지난 정부가 산은에 떠맡기고 구조조정을 해결하지 않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2015년 2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 이 회장으로서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업황에 기인한다고는 하나 2조원을 투입하고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지원에 대한 명분이 없다. ‘모럴해저드’라는 비판도 수긍이 간다는 게 업계의 전반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한계에 다다른 전통산업을 재정비해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게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라는 말로 현대상선 지원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제는 이 회장의 경고를 받아든 현대상선 그리고 유창근 대표가 어떠한 쇄신카드로 화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이 회장은 힌트를 남겼다. 지난 9월의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그는 “구조조정 기업의 ‘주인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 기업이 독립적인 사고를 갖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을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 지나쳐서는 안 될 얘기가 아닌가 싶다. 이 회장의 경영혁신 예고가 과연 현대상선 선장 교체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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