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롯데카드 인수 시 ‘자산 빅3’ 등극보험 매력 잃은 KB-신한, 증권사 인수 눈독롯데, 금융업 손 떼도 내년까지는 당국 감독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27일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자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롯데지주 설립 2년 이내에 금융 계열사의 지분 정리가 필요했다. 내년 10월까지 시간이 촉박했던 롯데는 결국 유예기간 만료를 11개월여 앞두고 금융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롯데가 내놓게 될 매물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다. 카드업계 5위사인 롯데카드는 총자산 규모가 13조2000억원에 이르는 준척급 매물이며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카드와 자산 규모가 비슷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아 다소 관심 밖의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롯데카드의 향방이다. 현 상황에서 롯데카드를 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곳은 내년 초 공식 출범할 우리금융지주다. 카드사보다 중소형 증권사를 먼저 인수할 확률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우리금융 측이 전략 방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국내 주요 카드사 중에서 매물로 등장할 회사가 당장은 없는데다 롯데카드 인수 성사 시 우리금융지주가 자산 규모 면에서 한 단계 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우리금융지주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하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우리카드+기타 관계사)의 총자산 규모는 375조6000억원 정도 된다.
여기에 롯데카드를 품는다면 우리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388조8000억원이 된다. 자산 규모만 놓고 보자면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381조8696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하나금융지주를 근소하게 제치고 우리금융지주가 주요 금융지주 자산 순위에서 3위를 점하게 된다.
아울러 그룹 전체 이익의 90%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균등화를 위해서도 카드사 M&A가 필요하기는 하다. 물론 최근 발표된 카드 수수료 개편안 등 시장의 악재가 돌발 변수로 꼽히는 것이 흠이다.
주요 금융지주는 롯데에서 비롯된 비은행 금융회사 M&A의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 금융지주사의 이익 순위가 당장에 뒤바뀔 만한 이슈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초 출범할 우리금융지주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의 안정을 찾는다면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에 선제적인 M&A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과 KB손해보험 인수 이후 이렇다 할 대형 M&A 성과가 없다. 그 사이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과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며 선두 탈환을 향한 무기를 확장했다.
두 금융지주 모두 보험사 추가 인수는 더 이상 매력이 없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중소형 증권사나 부동산 신탁사, 자산운용사 등 다른 비은행 분야 회사의 M&A 뿐이다. 따라서 향후 두 금융지주 간의 M&A 지략 싸움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롯데가 금융 계열사에서 손을 떼겠다고는 선언은 했지만 당분간은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대상으로 남아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삼성, 현대차, 한화 등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통합감독을 받는 7대 복합금융그룹 중 하나다. 롯데는 지난 8월 금감원으로부터 현장점검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롯데가 금융업에서 손을 뗀다고 해도 실제 매각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금융당국이 감독 대상 재조정 판단의 근거로 삼는 기준이 내년 초 발표될 재무제표이기에 시범 감독 기간으로 정해진 내년 7월까지는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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