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부터 전해진 롯데그룹의 두 금융계열사 매각 소식에 건물 전체의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책상 앞에 앉은 직원들은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매각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바빴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서둘러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을 약속하며 분위기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롯데맨’이란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던 3400여명의 직원들 입에선 한숨이 새어나왔다.
롯데지주는 이날 오전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전날부터 일부 직원 사이에는 대표이사가 회사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하지만 끝까지 긴가민가했던 두 회사 직원들은 롯데지주의 공식 발표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수차례 매각 추진설이 언급됐던 롯데카드와 달리 매각 후순위로 분류됐던 롯데손보 직원들은 충격은 더했다.
이번 금융계열사 매각은 지난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일반주지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정이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인 반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다. 롯데손보 내부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 전까지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롯데카드 직원들 역시 전날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8000억원 추가 경감하는 정부 발표로 ‘훅’을 맞은데 이어 롯데그룹의 지분 매각 공식화로 ‘어퍼컷’을 맞은 셈이 됐다.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대표이사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미리 준비했던 메시지를 서둘러 직원들에게 보냈다.
두 사람은 일제히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외부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을 약속했다.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우리 회사의 대주주인 호텔롯데와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 내 금융계열사 처리를 검토하게 됐고 이에 부득이하게 롯데손보를 그룹 외부로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며 “주어진 상황 하에서 하루라도 빨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롯데손보와 임직원들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손보의 대표이사로서 임직원들의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지분 소유 금지 조항에 따라 법적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롯데카드가 새로운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적의 인수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현재 외부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초기로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단계”라며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과 처우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직원들은 여전히 매각 추진에 따른 고용 불안정성과 매각 이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염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고용안정 여부는 현재의 주인인 롯데그룹이 아니라 새 주인의 결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9월 말 기준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전체 직원 수는 각각 1724명, 1732명으로 총 3456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 말과 비교해 롯데손보는 461명(36.5%), 롯데카드는 39명(2.3%) 직원이 늘었다.
두 회사가 이미 손보사나 카드사를 자회사로 둔 인수자에게 매각될 경우 회사 합병에 따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실제 올해 3월 외국계 회사를 합병해 출범한 한 중형 생명보험사는 전 직원 고용승계를 약속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인수 후보와의 지분 매각 협상 과정에서 사전 인력 감축이 인수 조건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인력 감원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몸집을 줄일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더욱이 당장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이 매각 성사를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