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는 정부 주도의 잇따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카드업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롯데손보는 업계 하위권 중소형사로 인수 매력도 떨어지는 데다 오는 2022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이 걸림돌이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따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일반주지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정이다.
롯데지주가 최대주주인 롯데카드의 경우 앞서 수차례 매각설이 구체화되면서 매각 추진이 사실상 공식화된 상태였다.
올해 9월 말 기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각각 롯데지주(93.78%), 호텔롯데(23.68%)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두 회사의 외부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서 당장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자산 13조2000억원 규모로 카드업계 5위사인 롯데카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롯데카드의 올해 1~3분기(1~9월)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은 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347억원에 비해 347억원(100%)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3분기 계열사 롯데백화점 카드사업부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상각액 318억원, 스팍스자산운용 지분의 평가손실 등 투자주식 평가손실 83억원을 포함한 일회성 요인 반영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면 영세·중소가맹점 확대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순이익이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영세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액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액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상향 조정돼 수수료 우대 대상이 확대됐다.
올해 2월 8일부터는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돼 장·단기카드대출 금리가 낮아졌다. 카드사들은 연 이자율이 24%를 초과하는 기존 대출계약의 금리를 24% 이하로 인하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연 매출 5억~30억원의 가맹점에 대해서도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8000억원을 경감키로 해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고객들에게는 제공하는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에도 제동이 걸려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드사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을 찾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카드와 함께 매물로 거론돼 온 기업계 카드사 삼성카드, 현대카드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내년 공식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가 거의 유일한 인수 후보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부터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우리카드와의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롯데카드 직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함께 매각하기로 한 롯데손보 역시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총자산 13조3500억원 규모의 중소형 손보사인 롯데손보는 시장점유율이 낮아 인수 실효성이 떨어진다.
롯데손보가 자체 추산한 올해 9월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3.1% 수준이다. 이는 국내 13개 손보사 9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자산 규모상 하위사인 NH농협손해보험(4.13%), 흥국화재(4.01%) 보다도 낮다.
이미 삼성화재(23.86%), 현대해상(16.84%), DB손해보험(16.16%), KB손해보험(12.8%) 등 4대 대형사를 중심으로 고착화 된 손해보험시장의 구조상 시장점유율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롯데손보의 올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572억원에 비해 47억원(8.2%) 증가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170.1%에서 올해 9월 말 157.6%로 12.5%포인트 하락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이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IFRS17 시행에 따른 새 자본건전성제도인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지속적인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몸값을 떨어뜨리는 요인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시행 시기가 1년 연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한 K-ICS 도입을 재검토하고 있다.
롯데손보는 K-ICS 도입에 대비해 지난 6월 6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롯데손보 역시 한 때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인수설이 나돌았으나 현재는 인수 가능성이 떨어진다.
과거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타진했던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며 생명보험업 확대 쪽으로 돌아섰다.
KB금융지주는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인수로 이미 진용을 갖췄고, 하나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비은행부문 사업 확대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국내 시장 포화와 업황 악화, 규제 강화 등으로 인수 후보를 찾기 어려워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 있다”면서도 “카드업이나 보험업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신규 인허가를 취득하기 어려운 만큼 인수·합병(M&A)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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