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新성장 동력 수차례 강조한 ‘리튬’회색빛 원석, 8년여 준비 마치고 상업화 목전에전기차 등 시장변화에 대응···향후 합작사도 모색“포스코가 한국에서 리튬 공급역할 담당할 것” 기대
지난 21일 호주 필바라의 필간구라 광산을 배경으로 켄 브린스덴(Ken Brinsden) 필바라 미네랄스 최고경영자(CEO)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과 발 빠른 시장 변화 대응에 목소리를 높였다. 등 뒤로 펼쳐진 황토색 흙바닥 사이에서 저 멀리 추출 과정의 회색빛 리튬 원석이 꽃처럼 피어 수북이 쌓였다.
전체 면적 240㎡의 필간구라 광산에서 포스코는 연간 5만5000톤의 리튬 생산을 확보했다. 2021년부터 상업 생산이 시작돼 2010년부터 씨앗을 뿌린 열매 확보를 눈앞에 둔 셈이다. 리튬은 2차 전지 핵심 소재이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수차례 강조한 미래 핵심 소재다. 포스코는 지난해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한 리튬 공장을 광양에 건설하는 등 앞선 준비를 마쳤다. 구본웅 포스코 신사업실 차장은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려면 리튬이 필요하다”며 “리튬 수요가 늘어나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돼 포스코가 호주에서 소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간구라 광산에선 리튬 확보를 위해 6개 광구에서 최대 300m 깊이까지 들여다본다. 폭파 이후 자동화 드릴링 작업을 거쳐 리튬 채취를 위한 원광석을 길어 올린다. 이 원광석을 몇 차례 분쇄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면 마치 소금처럼 알갱이 입자로 이뤄진 리튬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120km 떨어진 포트헤들랜드(PortHedland)항에 선적된다. 추후 4개의 광산 작업지가 추가되면 생산량은 입체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을 목표로 포스코는 필바라와 함께 연산 3만톤 이상 규모의 탄산·수산화리튬 생산 공장을 율촌산업단지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리튬을 활용해 양극재를 만드는 국내 주요 이차전지 업체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향후 합작기업을 설립해 포스코가 지분의 70%와 운영권을 가지며 필바라가 지분 30%를 소유한다는 밑그림을 그려두고 협의 중이다.
리튬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필수소재로 수요량은 지난해 25만톤에서 2025년71만톤으로 약 3배 급증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리튬을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내걸고 지난 8년간의 노력 끝에 리튬 상업화 초기단계까지 내달렸다.
그 과정을 보면 포스코는 2010년 리튬직접추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칠레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500톤의 데모플렌트를 건설했고 지난해 2월부터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노트북과 휴대폰 배터리 등의 이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탄산리튬에 이어 올해는 고성능 전기차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되며 공정관리가 까다로운 수산화리튬까지 생산에 성공했다. 국내 업체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품위 수산화리튬을 국산화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이후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가 국내 리튬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하나씩 달성해나가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포스엘엑스(PosLX)’기술은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해 이를 자연 건조하는 기존방식보다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수율도 종전 50% 미만에서 80%로 끌어올림으로써 경제성도 뛰어나다. 또 염수뿐만 아니라 폐이차전지와 리튬광석에서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어 불순물 함량도 경쟁사 제품대비 1/3 수준으로 낮다.
포스코 관계자는 “두 제품을 병행 생산하는 연산 2500톤 규모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며 “올해부터 국내외 배터리제조사 등 고객사에 인증절차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브린스덴 CEO는 “현재 기술을 기반으로 아무래도 수산화리튬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공급지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한국이 기술력, 품질, 배터리 공급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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