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에 무게표대결 강행시 결과 예측 못해···소액주주 변수조 회장 퇴진 가능성도···약해진 지배력이 원인 KCGI ‘가치제고’ 요구해···경영개선 합의로 방어
18일 재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오는 3월 예정된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첫 발동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해 7월 도입됐지만, 적용 사례는 아직 없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와 그 범위에 대해 검토했다. 기금위는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2월 초에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주주제안이 지난해 주총개최일 6주 전까지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은 늦어도 2월8일까지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지난해 3월23일 주총을 열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2.45%로 2대 주주다.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7.34%, ㈜한진 7.41%로 각각 3대 주주에 올라있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만큼, 조 회장 일가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거나 신규 이사진을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이미 2016년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있다. 2017년 한진 주총과 2018년 한진칼 주총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한진 3개사의 임기만료 이사는 총 7명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18일로 예상되는 주총에서 조양호 대표이사 회장과 김재일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같은날 주총을 열 가능성이 큰 한진칼은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조현덕·김종준 사외이사와 윤종호 상근감사 등 등기임원 4명의 임기가 끝난다. 한진은 이근희 상근감사가 임기를 마친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표대결 강행, 조 회장 재선임 안건 상정 포기, 주총 전 KCGI와 합의안 도출 등이다.
조 회장 등 이사진 연임 여부를 놓고 총수일가와 국민연금이 표대결을 펼칠 경우, 어느 편이 우세할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33.35%다. 국민연금과의 힘 차이는 2배 넘게 나지만,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5% 미만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의결권이 어느 편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판세가 가름날 전망이다.
한진칼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조 회장(17.7%)을 포함한 우호지분은 28.93%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는 2대 주주(10.71%)로, 국민연금과 합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민연금 측의 확보 지분은 18.05%가 된다. 크레딧스위스 3.92%, 한국투자신탁운용 3.81% 등까지 합치면 25.78%로 조 회장 측과 비슷한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나머지 소액주주가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이 최대주주인 한진 역시 소액주주 표심이 최대 변수다. 한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3.13%다. 2대주주 KCGI(8.03%)와 3대주주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5.44%다. 5% 미만 주주는 쿼드자산운용 1.87%, 조선내화 1.53%다. 조선내화는 KCGI 펀드 출자자 중 한 곳이어서 국민연금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 KCGI는 경영 참여를 위해 추가 지분 확보를 계획 중이지만, 매입량은 2%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조 회장 반대지분은 20% 수준에 그치게 된다.
조 회장이 재신임을 포기하는 대신, 최측근을 이사로 선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총수 일가는 땅콩회항에 이은 물컵갑질, 폭행논란, 배임·횡령·밀수 등 각종 의혹으로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도울 최측근을 이사로 선임할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일시적인 경영퇴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수일가로 쏟아지는 총공세를 우선 잠재우고 보자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조 회장 사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이미 그룹 지배력이 낮아진 만큼, 이사진 교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는 조 회장 측이 주총 전 KCGI와 물밑협상을 벌여 경영개선책을 제시할 것이란 내용이 꼽힌다. 표대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정도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KCGI의 지분확보 배경에는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가 깔려있다. 경영권 장악은 부인하고 있는 만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측에서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주주들과 접촉해 우호지분 확보를 시도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도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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