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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성패···박스카 수요에 달렸다

‘광주형 일자리’ 성패···박스카 수요에 달렸다

등록 2019.02.07 15:02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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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21년 하반기 경차급 CUV 위탁생산경차 시장 축소 가능성에 7만대 생산 계획 차질 현대차 “소형SUV와 차별화해 수요 창출하겠다”

연간 20만대 팔리던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까지 줄곧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사진 그래픽=강기영 기자연간 20만대 팔리던 국내 경차 시장은 지난해까지 줄곧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사진 그래픽=강기영 기자

광주시가 현대자동차와 완성차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경차급 공급 과잉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이 반발하는 가운데서도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경차 시장 재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경차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향후 성공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시가 장기 플랜 없이 고용 효과(직간접 일자리 1만2000개)만 앞세워 사업을 추진해온 만큼 시장의 수요 예측이 어렵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 협상단과 현대차는 지난달 31일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완성차 공장 설립 추진에 합의하고 투자협약을 맺었다. 올 상반기 내 전체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투자협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지배 투자자로 참여한다. 투자자의 일원으로 유럽 시장에서 인기 있는 경차급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 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기로 했다.

광주 신공장 신설법인은 자본금 28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 측이 자본금의 21%인 약 590억원을 출자한 최대주주이며, 향후 약 1680억원 규모의 60% 지분에 대해선 시가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 투자자 등을 유치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신설법인 설립 시점에 약 530억원을 출자해 19% 지분(2대주주) 투자자로 참여한다.

근로조건은 초임연봉 3500만원, 주 44시간 근무에 맞췄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협상 과정에서 이견 차이를 보였던 ‘5년간 임단협 유예 조항’에 대해선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유지하기로 하는 등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경차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이번 신설법인 설립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울산공장의 반값 임금으로 광주시가 주도하는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급성장하는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겨냥해 경형SUV를 만들어 경차 수요를 견인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토스 단종 이후에도 여러 차례 내수 시장을 위한 경차를 개발하려고 검토했지만 고임금 구조인 국내공장 생산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안 돼 줄곧 무산됐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공급하는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와 마찬가지로 저비용으로 경차를 생산할 수 있게 돼 국내 생산 비용이 높은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평가다. 동희오토는 근로자 평균 임금은 기아차 대비 약 60~70% 수준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시점에선 비용 경쟁력은 갖췄지만 제품이나 시장에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필요조건(원가)은 맞췄지만 성공하기에 충분한 조건은 시장과 제품인데 거기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 참석.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제공.문 대통령,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 참석. (왼쪽부터)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현대차는 올 여름 울산공장에서 코나보다 작은 소형SUV ‘베뉴’(코드명 QX)를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글로벌 전략형 소형SUV 'SP(코드명)'를 준비하고 있다. 소형SUV 신모델이 늘어나고 경차 시장이 축소된 만큼 앞으로 경차급SUV의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올해 새롭게 나올 예정인 소형SUV와 비교 대상이 아닌 ‘경SUV’라는 전혀 다른 차급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시장에선 세계적인 SUV 인기로 인해 승용차 위주의 경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2012년 한해 20만대 이상 팔려나간 경차는 소형SUV에 밀려나면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여 지난해 경차급 수요는 12만7400여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신차를 통해 ‘경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SUV 시장은 2012년 25만6923대에서 지난해 51만9886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산업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년 전 18.2%에서 33.5%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SUV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는 이미 경차에서 경형SUV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한국GM 정상화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면 오는 2022년부터 창원공장에서 경형급CUV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광주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차량도 이같은 흐름에 부합한다. 배기량 1000cc급 이하 엔진을 장착하고 차체 길이 3.6m, 높이 2m, 넓이 1.6m 이내 경차 규격에 맞춤형 차량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앞으로 경차 시장은 경승용과 경형SUV로 나눠지게 된다. 결국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경쟁 차종은 한국GM 창원공장의 CUV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기존 경차 수요는 줄겠지만 새로운 경차급 제품 시장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차와 동일한 세제 혜택이 제공되면서 기존에 없던 SUV 모습을 갖춘 모델이면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경차 시장의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주 신공장에서 만들어질 경형급 신차가 ‘박스카’ 레이의 후속 모델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레이 구매자들 사이에 내구성 등 상품성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크다”면서 “시장에서 (닛산 큐드 등) 박스카 인기가 시들해진 만큼 앞으로 레이는 단종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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