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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만에 최악 손실 낸 ‘지역난방공사’

[WHY]35년만에 최악 손실 낸 ‘지역난방공사’

등록 2019.03.06 17:11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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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순손실 2265억, 부채비율 첫 300% 돌파LNG 가격 상승, 노후 수송관 교체 등이 원인‘미소브리핑’ 논란 황창화 사장 취임후 더 악화

사진= 연합 제공사진= 연합 제공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창사 이래 35년 만에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비율이 300%에 임박하는 등 한동안 대규모 손실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부임한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에너지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2018회계연도에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역난방공사는 2017년까지만 해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순익을 기록해 왔다. 작년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전년(1198억원)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같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역난방공사가 창립한 이후 처음이라는 점이다. 영업이익 역시 재무 공시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며 지역냉난방사업 등을 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이다. 보통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정권의 산업정책에 따라 사업기조가 바뀔 때가 많은데 지역난방공사는 꾸준히 매년 1000억~2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별다른 부침 없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만큼 더욱 충격적이다.

지역난방공사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 6.5%에서 작년 0.6%로 급감했다. 작년 매출이 2조4873억원으로 전년(1조8344억원) 대비 35.6%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는 배경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발전소 연료의 80%를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는데 그동안 LNG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LNG 현물가격(CIF·본선인도 기준)은 2017년 t당 422.81달러에서 작년 537.89달러로 1년간 27.2% 상승했다.

지역난방공사의 부채비율도 치솟고 있다.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신규 투자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어서다. 작년 11월 고양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발생해 수년간 안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 부채비율은 2017년 212.7%로 200%를 처음 넘은 뒤 작년 말엔 262.7%까지 급등했다.

특히 노후 수송관을 모두 바꿔야하기 때문에 향후 몇년 간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나주의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손상차손 처리 또한 재무구조 악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2017년 9월 나주 SRF 발전소를 준공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1년 넘게 가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회계상 전액 손실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회사가 설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지만 일각에서는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황창화 사장이 이를 해결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황 사장은 온수관 사고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백석역 열수송관 누수 사고는 지역난방공사가 출범한 이후 마주한 최대 위기로 평가되지만 당시 황 사장의 대응은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사장은 사고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자 사고 현장을 찾았는데, 오히려 분위기 파악 못하고 현장에서 웃음을 짓는 일명 ‘미소 브리핑’ 태도 논란으로 여론의 집중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황 사장은 “의미 없는 웃음”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사실 황 사장은 비단 태도 논란뿐만 아니라 지역난방공사 사장 취임 전부터 전문성과는 결여된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황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인수위원과 국회도서관장을 지냈다. 그는 사장 임용 직전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당시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전형적인 ‘캠코더’ 인사 출신이기도 하다.

낙하산 인사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해 5월 당시 김경원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하자 외압설이 제기됐고, 정권 실세의 측근이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결국 황 사장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낙점됐다. 황 사장에 대해 에너지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이 발전사업, 해외자원외교, 채용비리 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겪을 때도 지역난방공사는 논란에 크게 휘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열수송관 사고, 대규모 손실 등 연달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과연 황 사장은 지역난방공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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