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공시로 ‘주총 거수기’ 꼬리표 떼기 나서지난해 반대로 부결된 안건 5건에 그쳐
13일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주주총회를 갖는 2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의결권 반대 및 찬성 방향을 사전 공시했다.
이러한 조치는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활용해 대기업의 탈법행위를 묻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1월 23일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이 상장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이달부터 열리는 기업 주총에서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국민연금이 공개한 기업 가운데 23개 상장사 중 9개사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과 사외이사 선임, 감사 선임 안건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연금이 사·내외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 의사를 표한 기업은 유한양행, 신세계 농심, 풍산, LG하우시스, LG상사, 한미약품,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계열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건설, 현대위아는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사외·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주총 주요 안건으로 상장시켰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LG그룹 계열사 사인 LG하우시스와 LG상사에 대해서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정관변경 등 안건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총안건에 대해 주총 전에 찬반 의결권을 사전 공시하기로 했다.
사전 공시 대상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이다. 이에 해당하는 투자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100개 안팎에 달한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힌 바 없지만,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논란을 빚고 있는 ‘주총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 행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2864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가운데 찬성 22309건(80.6%), 반대는 539건(18.8%)이었다. 특히 반대의결권을 던진 주총안건 539건 중에서 실제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겨우 5건에 그쳤다. 반대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0.9%에 불과할 정도로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뉴스웨이 유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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