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설립 제한없어 우후죽순 늘어나투자 유치후 잠적에 파산까지···피해 확산다단계처럼 투자자 유인, 말로만 블록체인
28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대형거래소 ICO(가상화폐공개)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달 특정경제법상 사기·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코인업은 비상장코인인 WEC월드캥크코인)을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들은 단기간 400%에서 500%의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알려진 피해자만 수만명에 달해 피해액도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인업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합성한 사진을 이용했다.
150조 금괴가 실린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해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신일그룹도 코인 상장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신일그룹 자체 발행 코인인 신일골드코인을 사면 ‘돈스코이호’를 인양해 10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해 약 90억원을 받아 챙겼다. 해외에 체류에 아직 붙잡히지 않은 유승진 전 신일그룹 회장은 이번엔 금광 채굴을 내세우며 가상화폐 사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굴형 거래소 개설을 목표로 내건 퓨어빗은 약 30억원 어치의 자체 발행 코인을 판매한 후 사이트를 폐쇄해 잠적했다. 이 외에도 올스타빗과 트래빗은 횡령 문제로 투자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일반인의 가상화폐 관련 이해도 부족 및 누구나 쉽게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 후 자체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허점을 노렸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수수료 4만원을 내면 개설이 가능하다. 사무실 하나만 차려두고 수백억원대 코인을 발행하는 셈이다.
현재 업계에서도 내부 규제를 만들며 건전성 확보에 나섰지만 난립하는 거래소까지 모두 관리하기는 역부족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만 100여개가 넘는 거래소가 생겨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수많은 거래소가 오픈을 예고하고 있다. 한 거래소는 자체 코인 사전 판매를 경품을 내걸어 투자자들이 홍보하게끔 하고 있다. 일종의 다단계 방식이다. 이들은 금괴·전자기기·상품권 등을 미끼로 홍보활동을 격려 중이다.
문제는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코인이 실질적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분명한 사용처나, 목적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따른 보상의 개념이 아닌 유명 거래소에 상장 때는 가격에 오르기 때문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 빠른 시일 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사기가 난무하고 있다”며 “건전한 프로젝트들도 사기라는 낙인이 찍힐까 봐 무섭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거래소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세워서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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