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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품 떠나 새 주인 맞는다

[아시아나 매각]박삼구 품 떠나 새 주인 맞는다

등록 2019.04.15 13:32

수정 2019.04.15 15:21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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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자회사 별도 매각 금지·상표권 등 통매각 조건매각가 1조원 넘길 듯···SK·한화·CJ 등 후보로

박삼구 품 떠나 새 주인 맞는다 기사의 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여년 만에 그룹 품을 떠나게 됐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산업 이사회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발전과 임직원 1만여명의 미래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1988년 창립된 이후 31년 만에 독자노선을 걷게 된 것.

앞서 박삼구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은 회장과의 면담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골자로 하는 수정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룹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즉시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M&A는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이뤄진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별도 매각을 금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별도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구주에 대한 드래그얼롱(Drag Along, 동반매도청구) 권리와 아시아나항공 상표권 등을 기본 옵션으로 한다.

오너일가의 보유지분 전량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제안은 기존과 동일하다. 박 전 회장 배우자와 장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13만3990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금호타이어 담보로 잡힌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의 지분 42.7%(119만7498주)가 해지되면, 재담보로 설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전 회장의 영구 경영퇴진과 함께, 매각이 종결될 때까지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을 유지하게 된다. 아울러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재 축소와 비수익 노선 정리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한다.

그룹 측은 이 모든 조건의 전제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자금 5000억원을 요청했다. 산은은 채권단 회의를 열고 그룹이 제시한 수정 자구계획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수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그룹은 재계 25위의 대기업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중견기업으로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또 영위사업은 건설과 고속, 레저에 그치게 된다.

지난해 그룹 총 매출은 별도 기준 9조732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 매출이 6조2012억원으로 63.7%를 차지했다. 자산 규모를 살펴보면 그룹 총자산은 11조4894억원인데, 아시아나가 6조9250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확보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룹이 받는 타격은 더욱 크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출과 자산규모는 각각 7조1834억원, 8조1911억원이다. 그룹 전체로 볼때 매출은 74%, 자산은 71%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외되면서 그룹 총자산은 4조원대로 위축되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10조 원)과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5조원)에도 못 미치게 된다. 특히 지난해 재계 순위 60위를 기록한 한솔(5조1000억원)보다도 자산규모가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금호고속이 그룹 최상단에 있지만, 지주사 역할은 금호산업이 맡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최대주주로, 지분 45.3%를 확보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를 보유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7280원으로, 금호산업은 지분 처분에 따라 53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다면, 매각가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또 채권단으로부터 5000억원의 지원자금을 받게 되는 만큼,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명 변경도 불가피하다. 그룹은 2004년 1월 1일 사명을 기존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주력계열사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하지만 항공 계열사가 빠져나가면서 아시아나라는 명칭은 더이상 사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룹은 지난 9일 1차 자구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구안 수용을 거절했다. 특히 대주주의 결단을 요구하며 직간접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강요해 왔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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