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경영권 방어 위해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 있어 총수 일가 ‘갤럭시아에스엠’ 매각 추진···자금확보설채권단, 통매각 못하면 흥행 실패 주총서 표대결 가능성도
12일 효성 고위 관계자는 진흥기업 지분 매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단정했다. 이에 채권단은 단독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해 자금 회수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진흥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종료돼 효성 측의 동반 매각 작업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 분석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효성이 동반 매각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효성 측의 동의 없이 채권단이 지분매각을 강행하게 되면 효성중공업이 진흥기업 지분 48.19%를 보유한 최대주주임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노출될 수도 있다. 진흥기업 지분은 효성중공업에 이어 채권단 지분율은 44.27%, 나머지 소액주주가 7.50%다.
관건은 효성이 매각에 나설지 여부다. 2017년 21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진흥기업을 시장에 내다팔지, 아니면 품고 갈지 결정해야 한다. 일단 효성 측은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채권단이 효성의 동반 매각을 요청한 데는 경영권을 갖지 못하는 2대주주 지분만 처분하게 될 경우 헐값 매각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지분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채권단이 효성을 끌어들이는 배경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몸값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윤수복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 채권단 편으로 위임장 경쟁을 하게 되면 적대적 M&A는 가능하다”며 “주총에서 다른 주주들이 채권단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게 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효성은 현재 채권단보다 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에선 채권단이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상황에 따라 효성 측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효성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안정적 지분 확보를 위해 채권단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있다. 효성이 우호적인 기업 인수자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백기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기사가 채권단 지분을 사들인다면 채권단의 진흥기업 경영권 매각 작업을 방어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선 진흥기업이 채권단 관리절차를 졸업하고 이제 수익을 낼 일만 남았는데 효성에서 굳이 팔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진흥기업은 효성중공업과 함께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아파트 브랜드를 함께 쓰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진흥기업은 현대건설 임원 출신들이 많이 옮겨갔고 업계 내에선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며 “다만, 2대주주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채권단 지분을 사겠다는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진흥기업 매각 착수 시점에 맞춰 조현준 회장 일가는 상장사 ‘갤럭시아에스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효성 측의 움직임이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진흥기업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마련 용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갤럭시아에스엠은 조현준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부동산관리사업회사)가 지분 22.4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조 회장 지분(7.1%)과 더프리미엄효성(수입차 사업회사)을 보유한 신동진(6.30%)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시가총액은 530억원 선으로 최대주주 측이 보유한 구주 지분(37%) 매입가는 약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지난해 토건 기준 도급순위 58위, 시공능력 평가액은 5688억원이다. 총 자산은 3662억원, 자기자본은 788억원, 부채는 2874억원(부채비율 364.75%)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6711억원, 영업이익은 35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은 2018년말 현재 237억원이다.
2008년 효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진흥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2011년 5월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체결했다. 채권단 및 대주주를 대상으로 주채무전환금액에 대해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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