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버스 북미 가격 팰리세이드보다 낮아한국GM·아태본부, 제품 가격 협의 ‘진통’쉐보레 “팰리세이드 아닌 포드 익스플로러와 경쟁”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동급 모델로 평가받는 트래버스와 팰리세이드의 기본 가격은 각각 3만1125달러(약 3694만원), 3만2595달러(약 3864만원)다.
팰리세이드 기본 트림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자동 긴급 브레이크(AEB), 사각지대 경보장치 및 차선유지장치 등 운전자보조시스템이 탑재된 기준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북미로 수출되는 팰리세이드 가격엔 1045달러의 배송료가 포함됐다. 10.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하만카돈 오디오시스템 등이 들어간 최고급형 트림은 4만7445달러(약 5630만원)다.
팰리세이드는 올 초 북미 판매를 시작한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와 파워트레인이 동일하다. 최대출력 291마력의 3.8L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 등이 탑재됐다. 트래버스 북미 모델은 최대 310마력의 3.6L 가솔린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팰리세이드와 트래버스 가격대를 비교해 보면 최저가와 최고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트래버스 기본 트림 다음에 배치된 LS트림은 3만4095달러(약 4044만원), 고급형인 프리미어 트림은 4만6695달러(약 5540만원)다.
트래버스는 한국GM이 하반기 판매 일정을 잡고 있다. 쉐보레 홈페이지에는 트래버스 제품 정보가 공개됐다. 확정되지 않은 것은 트림별 가격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국내 출시 SUV 최대 전장(SUPER SUV)’이란 광고 문구가 들어간 56초짜리 티저 영상이 게재됐다.
한국GM은 트래버스가 미국산 차량이어서 ‘수입 SUV’로 가격 전략을 짜고 있다. 경쟁 상대는 포드의 베스트셀링 SUV 익스플로러다. 이같은 내부 방침은 수입차 익스플로러(5460만~5710만원)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트래버스 가격은 내부적으로 윤곽은 나왔지만 한국GM과 본사 간 세부 조율이 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버스는 트림별로 4000만원 초반에서 5000만원 중반이 유력하다. 팰리세이드는 3475만~4030만원(선택품목 제외)이다. 팰리세이드 가격이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는 바람에 한국GM의 최종 가격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차량 태생, 현지 가격 등을 감안하면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와 비교될 차가 아니다”면서 “북미에서 그대로 수입해서 오기 때문에 현지에서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국내 익스플로러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의 내수 차종은 임팔라, 카마로, 볼트EV, 이쿼녹스 등 수입 제품이 많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와 달리 가격 산정 방식이 파이낸셜 부문에 맞춰져 있다. 시장 중심이 아닌 철저히 이익 중심이다. 한국에서 물량을 많이 팔면 국내 마케팅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겠으나 한국이 많이 팔리는 시장이 아니어서 본사를 설득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
한국GM에 정통한 관계자는 “가격 결정 힘이 한국GM 마케팅보단 GM 아태본부가 더 크다”며 “국내 시장의 니즈에 맞춰서 가격을 설정하려는 마케팅과 파이낸셜 쪽에 재무구조를 맞추려는 본사 간 충돌하다보니 제품 가격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 제품은 생산 마진이 없어 모든 비용을 판매 부문에서 상쇄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 쪽 힘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GM은 지난해 수입산 중형SUV 이쿼녹스를 선보였다가 시장에서 참패한 경험이 있다. 쉐보레가 지난해 6월 판매를 시작한 이쿼녹스는 1년간 누적 판매량이 2570대에 그쳤다. 그마저도 직원 할인 등으로 소화한 물량이 상당하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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