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동향 놓고 좌우 진영 갑론을박같은 숫자 놓고 심화 vs 완화 정반대 분석가계소득 개선·분배악화 고령화 진단 적절 靑이 외면한 실직·자영업 문제 등도 챙겨야
청와대는 25일 통계청의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관련, 전체적인 소득 수준에서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자평했다.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체 가구의 소득이 높아진 점을 비롯,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돌아선 점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소득격차가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분석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앞서 통계청이 22일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는 분석이 주로 제기됐다.
이들은 소득 분배 악화가 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직·자영업자 몰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는 하위 20% 계층인 1분위에서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 구조적인 요인이 소득격차 심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매체들 간에도' 최악의 소득격차'와 '중산층 성장형'이라는 엇갈리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지점 몇가지를 분석해 보자.
◆‘분배 악화는 고령화 탓’이라는 청와대 분석은 적절한가
청와대는 하위 20% 계층인 1분위에서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등 구조적인 요인이 소득격차 심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수석은 “(소득격차) 기저에 흐르는 원인은 고령화”라며 “하위 20% 가구에서 60세 이상의 가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다. 이는 2014년에 비해 1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성장해 소득이 올라가도 고령자에게는 영향을 크게 주지 못한다. 고령자들의 취업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라며 고령자 비중이 큰 것이 하위층 소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위 20% 가구에서 60세 이상 가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로 파악된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54%에서 10% 포인트 증가했다. 고령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퇴직을 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기 때문에, 고령자 비율이 높은 가구일수록 소득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취업 가능성이 떨어지다 보니 고령자의 시장소득은 20년 가까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20~50대 가구주의 경우, 1996년 대비 2016년 소득이 2배 이상 증가했지만, 60대 이상 노령 가구주의 소득은 30%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 수석은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며 어떤 사람은 상당한 개인연금을 갖고 나오기도 하지만, 근로소득이 끊기며 기초연금을 받는 상태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고령자 사이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양극화 심화되지 않았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중간 계층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전체 평균(3.8%)보다 높았다. 가구 소득 수준을 5분위로 나열했을 때 중간층인 2~4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2분위(월평균 소득 291만1000원)는 4%, 3분위(419만4000원)는 6.4% 증가했다. 4분위(566만원)도 4% 늘었다. 저소득층인 1분위(132만5천000원)는 지난해와 동일했고,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942만6000원)는 3.2% 증가에 그쳤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팔마 비율’(상위 10% 소득 점유율을 하위 40% 소득 점유율로 나눈 값)도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 2분기 팔마비율은 1.34배로, 지난해 2분기의 1.35배에 비해 0.01배 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 팔마비율이 1.46배로 지난해 1분기보다 0.13배 포인트 낮아진 데 이어 2분기째 하락세다.
정부는 일자리 대책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시장소득 개선 정책과 기초연금 인상 등 재분배 정책으로 가계소득 양극화가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임금상승률이 양호한 상용직을 중심으로 고용지표가 좋아지면서, 안정적 직업을 가진 중산층 소득이 높아진 것이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모든 분위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2, 3, 4분위 중간계층 소득이 전체소득에 비해 높게 증가했다”며 “중산층이 두텁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5분위 배율로는 파악하지 못하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특위는 “소득 분배 악화는 1분위 자영업 가구 증가 때문이고, 부익부 빈익빈의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은 뚜렷이 완화됐다”고 했다.
◆최하위 1분위 가구의 ‘소득절벽’은 얼마나 심각한가?
하지만 최하위 1분위 가구의 ‘소득절벽’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지난해 2분기보다 0.04% 늘어난 132만5500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8.0%) 감소세로 돌아선 1분위 소득은 지난해 2분기(-7.6%), 3분기(-7.0%), 4분기(-17.7%), 올해 1분기(-2.5%)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1.3% 줄어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째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사회보장부담금, 이자비용,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을 의미한다. 소득점유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분기를 기준으로 2017년 2.29%에서 2018년 1.88%에 이어 올해 2분기에는 1.85%로 떨어졌다.
최상위 20%인 5분위 명목소득은 942만6000원으로 3.2% 늘었다. 이로 인해 5분위 배율(최하위 20%와 최상위 20%의 가처분소득 비율)은 5.3배를 기록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소득분배 집계를 시작한 후 사상 최고치다. 1분위 가계의 소득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5분위 가계의 소득은 근로소득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서 상·하위 가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분배 상황은 2003년 소득분배지표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악화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따른 실직·자영업자 몰락은 외면?
경제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소득 분배 악화의 주범으로 고령화만을 꼽는 것을 비판했다. 분배 참사는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직·자영업자 몰락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1분위 근로소득은 지난해 1분기 급감하기 시작해 6분기 연속 줄었다. 소득 1분위에서 근로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분기 43.1%에서 올 2분기 29.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무직 가구 비중은 41.8%에서 54.8%로 상승했다. 특히 올 들어선 자영업자도 빈곤층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1분위에서 자영업자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분기 13.0%에서 올해 15.4%로 급증했다. 통계청은 2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2분기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이 좋지 않다는 점은 거론하지 않은 채 자영업자의 몰락은 애써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결과 취약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영세 자영업자가 어렵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경기 부진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여건 악화와 자영업자 몰락이 소득분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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