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주의’ 단계 경보 발령작년 신계약 176만건 5배 급증불완전판매·민원 증가 우려 확산기존 가입자 만기까지 유지해야
소비자들은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적금 또는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판매하거나 저렴한 보험료만을 강조하는 불완전판매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7일 무·저해지 보험상품 가입 시 주의를 요구하는 소비자경보(2019-1호)를 발령했다.
이번 경보는 금감원이 올해 처음 발령한 소비자경보다. ‘주의’, ‘경고’, ‘위험’ 등 총 3단계 중 가장 낮은 주의 등급이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면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생명보험사는 2015년 7월부터, 손해보험사는 2016년 7월부터 상품을 판매해왔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의 경쟁 속에 판매가 급증하면서 불완전판매나 민원 발생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무·저해지 보험상품 신계약 건수는 2016년 32만1000건에서 2018년 176만4000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신계약 건수는 108만건으로 연말까지 지난해 신계약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상품 판매 초기에는 주로 건강보험이나 어린이보험을 무·저해지 보험상품으로 판매했으나, 최근에는 보험기간이 긴 종신보험이나 치매보험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료 납입기간이 20년 이상인 계약이 생명보험은 58%, 손해보험은 71%를 차지해 향후 경기 침체로 계약 해지가 증가할 경우 민원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부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이 무·저해지 보험상품을 적금이나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소개하고 저렴한 보험료만 강조한 채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다는 사실은 안내하지 않아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금감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료 납입기간이 20년인 무해지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이율을 고정금리로 제공하고 납입 완료 후 환급금이 은행 예금보다 많다고 안내했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무해지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해지환급금이 없다는 설명은 하지 않고 보험료 납입이 끝나면 환급률이 높다는 설명만 했다.
이달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판매 행태가 제2의 DLF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일부 보험사의 무해지 종신보험 판매 행태는 은행권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와 유사하다”며 “제2의 DLF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상품구조 개선 등 선제적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저해지 보험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입 시 상품 명칭에 ‘해지환급금 미지급(일부 지급)’, ‘무·저해지환급’ 등의 용어 포함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또 안내자료를 통해 일반 보험상품과의 비교 내용을 살펴보고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음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보험계약대출 역시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사실만 강조하거나 납입기간 이후 환급률만 강조하는 경우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종신보험이나 치매보험은 사망 또는 치매를 보장하는 보장성보험으로, 저축 또는 연금 목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금감원은 보험사에 무·저해지 보험상품 판매 시 소비자경보 발령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민원 발생과 소비자 피해 확산 여부에 따라 상품 판매에 대한 현장조사와 부문검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강한구 금감원 보험감리국장은 “무·저해지 보험상품 가입 시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경제적 상황과 가입 목적에 맞는 보험상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 해지 시 납입한 보험료를 전혀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이미 가입한 소비자는 만기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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