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조사결과 검찰 수사의뢰 등 초유사태권고사항으로 입찰 무효 선언 권한은 조합에전면재입찰-수정제안 팽팽···혼돈의 한남3
서울 용산구 한남3 재개발 구역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사상 초유의 입찰 무효를 선언한 가운데 이제 모든 공이 한남3 조합에게 넘어갔다.
정부와 서울시의 이런 조치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최종 입찰 무효 권한은 조합의 손에 달린 까닭이다.
정부는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3사가 제안한 이주비 무이자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 상당수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 명시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건설사가 제시한 혁신설계도 수주 과열을 초래해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이라고 봤다. 업계에선 정부가 한남 재개발 사업이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불쏘시개로 보고 이를 억누르기 위해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남3조합. 시공사 입찰을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 혹은 현 상태에서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있지만 어느 것이라도 딜레마에 빠져 선택지가 많지 않다.
최근 조합 기존 3개 건설사들에게 위법성을 뺀 사업 조건(입찰 제안서)을 다시 받아 재추진하는 안이 긴급 조합 이사회(집행부)에서 나와 유력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 안도 일부 건설사들의 반대를 비롯해 조합 대의원회의, 조합 총회까지 거쳐야하는 등 변수가 남아 있다.
이에 위법성 자체가 모호하다보니 무효화 선언 후 재입찰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여기에 조합측에 반기를 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다.
뉴스웨이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전문가들 조차도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한남 3구역 재개발 사업 향후 유력 시나리오를 파헤쳐봤다.
①시공사 선정 강행?
일각에서는 조합이 정부 합동점검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 계획대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시정 조치는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다. 받아들일지 말지는 결국 사업자인 조합의 손에 달렸다.
실제 조합이 기존 입찰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시공사 선정을 강행해도 당장은 문제가 없다.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3곳의 입찰 제안서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도정법 위반으로 과징금 제재를 받기 전까진 입찰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도 재입찰을 할 경우 입찰공고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리는 데다 새로운 시공사를 맞이하기도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현재까지 조합은 28일로 예정된 시공사 합동설명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기존 일정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공사의 불법이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시공사 제안을 받아들인 조합도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있다. 정부 시정 조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조합측도 검찰 수사 의뢰나 조사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조합에서 이번 시정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정법 위반으로 조합에 대해 수사의뢰하겠다. 아울러 불공정거래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해서 공정거래위원회 조치를 받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는 경우 향후 수사 결과도 지켜봐야한다. 조합 또는 시공사에 대한 수사 의뢰 결과 위법 사항이 명백해지면 그때가서 시공사 선정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때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려면 사업 지연 등 시간적, 비용적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②입찰 무효화 후 재입찰?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시공사들의 입찰 무효 후 재입찰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조합 입장에선 재입찰에 따른 사업 지연, 비용 보상을 3사(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입찰 보증금으로 충당할 수도 있다. 조합이 시공사들의 입찰제안서에 문제가 있어 입찰 무효를 선언할 경우 입찰 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의 입찰 보증금은 1개사당 1500억원으로 총 4500억원이다.
3개사는 800억원의 현금을 지불하고 700억원가량은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내기로 했다. 그러나 수천억원에 달하는 액수인 만큼 입찰보증금에 대해 건설사들이 쉽게 물러날리 만무하다.
바로 반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 최근 갈현1구역에서도 현대건설이 입찰 자격이 취소되면서 1000억원의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하자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에 법적문제도 깔끔히 하기 위해 입찰보증금을 돌려주고 완전한 재입찰로 가자는 조합측 내부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건설사들도 위법 사항에 대한 모든 수정이 쉽지 않은데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2년간 정비사업 입찰 제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완전 재입찰 등 신중한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재입찰에 나서는 경우 그동안 한남3구역에 관심을 보였던 대우건설은 물론이고 업계 최강 래미안 브랜드를 보유한 삼성물산 역시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한남3구역은 입찰 자격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 시공사’로 제한한 바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시공사(대림, 현대, GS 제외)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등 7곳이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어부지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③위법성 뺀 수정 입찰 제안서로 강행?
1안(시공사 선정 강행)과 2안(입찰 무효화 후 재입찰)의 절충 형태도 가능하다. 입찰 건설 3사들이 정부와 서울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제안 내용을 뺀 사업 조건(입찰 제안서)을 조합이 다시 제출해서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다.
이 경우 앞선 입찰을 무효 처리하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시공사 선정 지연 등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조합측에선 건설사들과의 입찰 보증금 소송 등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3사 건설사들도 입찰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사업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린 만큼 해당 건설사들이 위법사항이 없는 사업조건을 다시 제시해 입찰을 진행한다면 그에 따른 시공사 선정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 위법성을 빼고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재차 사업 조건 위법 여부를 체크 받아야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모든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수정 안을 제시하려고 해도 어느 부분까지 들어내야할지 모호한 데다가 도급비 설계 등 모두 수정해야하는 부담으로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근 조합이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합은 조만간 조합 대의원회의 총회 등을 거쳐 사업 방식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비대위 변수도 있다. 한남3구역 일부 조합원에 따르면 이번 국토부와 서울시의 점검 결과 발표에 따라 한남3구역 비대위가 발생한다. 비대위는 시공사 선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현 조합의 무능을 지적하고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조합에 새로운 카드로 접근할 수 있다. 실제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현대건설·SK건설 등이 물망에 오른 경쟁 초창기엔 일부 건설사들간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말이 돌았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3개 건설사는 조합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남동 일대 38만6395.5㎡에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정비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한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