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인천시 남동구가 소래포구에 20m 높이의 ‘새우 모양 전망대’를 짓기로 했다는 소식에, 한 포털 사용자(네이버 아이디: bals****)가 남긴 댓글이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의와는 거리가 멀다. 부족한 주차시설이나 확충하지 무슨 짓이냐, 바가지나 씌우지 말아라 등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인천 행정당국을 향한 이런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의 사이다 생산지라며 중구 월미도에 ‘인천 앞바다 사이다 조형물’을 설치하려다, 최근에야 사업 올스톱을 선언했다. 일제강점기의 착취와 강제 근대화를 미화한다는 반발 여론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맥락 없는 조형물로 비판 거리 생산하기, 물론 인천만의 나 홀로 특기는 아니다. ‘세금 도둑질’이란 손가락질을 수집하는 조형물 논란은, 다시 말해 ‘흉물’ 논란은, 장소와 종류를 가릴 줄 모른다.
전북 무주군은 지난해 만화 캐릭터인 ‘태권브이 조형물’을 향로산(해발 420m) 정상에 33m 높이로 세우려다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지난 9월 조형물을 포함,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태권브이랜드 조성사업 전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단 최근 해당 공무원과 의회가 한목소리로 찬성의 화음을 내는 등 사업은 다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신안군은 지난 8월 ‘신안군 황금 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군 관계자는 “이세돌을 배출한 신안군을 바둑의 고장으로 널리 알리고자 황금 바둑판 조성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래서 순금 189kg이 필요하고 이에 2020년부터 3년간 100억 원 이상을 마련하겠다는 것. 역시 여론은 비난 일색이었다.
이 같은 조형물이 상상만으로도 반대를 부르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책 관계자의 ‘뇌내망상’에서 촉발된 비공감형 판타지, 즉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어떤 무례한 형상인 주제에 현실화를 꿈꾸며 주민이 낸 세금은 끊임없이 탐해대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하나씩 말하자면, 다행인 건 이들 조형물이나 사업이 실제로 삽을 뜬 상태는 아니라는 것. 제발 멈추라고 요구할 시간은 남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은 점은, 안타깝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이미 많다는 사실이다.
먼저 경북 군위군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공중화장실인 ‘대추 화장실’이 있다. 지역 특산품 홍보의 일환으로 2016년 7억 원 가까이 들여 지은 거대한 대추형(?) 화장실로, 면 소재지에서 먼 탓에 이용객은 매우 거의 없다. 흉물스러움을 구경하고자 찾은 이들을 관광객이라고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
강원도 고성군에는 ‘무릉도원권역 활성화 센터’라는 조형물 및 건축물이 존재한다. 장독을 짊어진 지역 청년의 모습을 16m 높이로 형상화한 것으로 약 15억 원이 들었지만 사실상 ‘무쓸모’, 지금은 방치된 상태다.
전남 화순군도 만만치 않다. 자치단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하나씩 늘었다. ‘대형 포도 조형물’, ‘청동 조형물’, ‘대형 붓 조형물’이 차례차례 들어섰는데 합쳐서 혈세 17억 원이 ‘태워’졌다.
이밖에 경북 포항시의 과메기 홍보용 ‘은빛 풍어 조형물(약 3억 원·철거 예정)’, 충북 괴산군의 ‘대형 무쇠솥(약 5억 원)’, 전북 고창군의 ‘주꾸미 미끄럼틀(약 5억 원)’, 전남 완도군의 ‘황금전복 조형물(약 2억 원)’, 강원 인제군 소양강의 ‘마릴린 먼로 동상(5,500만 원)’ 등 세금 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들을 꼽자면 끝이 없다.
지방에만 한정된 건 아니다. 사진만 봐도 냄새가 나는 듯하다던, 서울시장표 설치 미술품 ‘슈즈트리(1억 4,000만 원)’도 비난의 총량으로는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았다. 4억 원이 투입된 강남구의 ‘말춤 추는 손목’은 어떤가. 한류? 발목도 만들어 ‘더블’로 가지 그랬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공공조형물(公共造形物), 즉 국가나 공공 단체가 설치·관리해 일반 사람에게 공개하는 조형물은 올 6월 기준 전국 6,287점에 달한다. 최소가 이 정도, 파악이 되지 않는 것들 또한 무수하다고 한다. 이토록 좁은 나라에 이토록 많은 조형물이라니, 그 모양은 물론 수치까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모르는 분야임에도 추진력 하나는 귀신같기 때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식한데 용감해서다. 우선, 결정권자는 대개 지역과 지역 주민에 대한 애착도나 이해도가 낮다. 그러다 보니 해당 공간이 품은 시간을 가꾸고 표현할 방법 같은 걸 고민할 리 만무하다.
자치단체 현장의 볼멘소리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리에 오는 사람마다 성과 지향적인데, 지역 축제와 결합된 조형물‘류’ 정도는 돼야 업적으로 여긴다는 것. 특산물이면 특산물, 옛것이면 옛것 등 손쉽게 집히는 소재를 물리적 덩어리로 부풀려 가공해야 성에 찬다는 거다.
그 와중에 본인이 설치 미술이나 인문학에 관한 식견을 갖췄을 확률은 매우 적은데, 대개 전문가의 조언은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 결정권자가가. 콕 집어 말하면 ‘자치단체의 장’ 되시겠다.
물론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그 미숙함을 끝끝내 밀어붙이는 욕망이다. 이를테면 장(長)으로서의 내 이력서, 거기에 새겨 넣을 몇 마디 문구를 향한 집념 같은 것. 그렇게 제막식 테이프를 끊는 그날의 희열만 상상하다 보니, 시공간적 맥락이 부재한 객체로서의 조형물만 자꾸 느는 것이다.
“지으신 그 모든 걸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이런 유형의 흡족은 신(神)이나 국토 개발형 독재자한테는 어울리겠지만, 지역 주민이 뽑아준 자가 취할 태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 자리는 지역의 대장 노릇을 하는 곳도,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발판도 아닌, 일꾼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깨닫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강제적 장치는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소중한 예산으로 수상쩍은 일을 벌일 때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들의 검토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물리적인 억제력 말이다. 새로운 척하는 낡은 흉물은, 이미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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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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