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마크 제거 등 금호색 지우기 나선 정몽규구주가격 올리려는 박삼구에겐 내용증명 압박2대주주 박찬구 회장은 직접 만나 유화 제스쳐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아시아나 인수 승부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끄는 금호산업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구주 가격(3200억원)에 대해선 인상 불가 입장을 분명히하면서 오히려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반면 그의 친동생이자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에 대해선 최근 서울 모처에서 회동하는 등 적극적인 유화 제스쳐를 보이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 로고 상단의 붉은 색 ‘날개’ 모양 마크를 떼어내는 등 금호색 지우기에 나서면서도 인수 협상 과정에선 범금호가 박삼구-박찬구 형제간 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인수전에 종지부를 찍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 당사자인 금호 박삼구 전 회장에겐 강공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구주(31.05%)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금호산업측에 인상 불가 방침을 통보하면서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최후통첩성 내용증명까지 보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을 활용해서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된 이후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 대금으로 32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호그룹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제시한 2조5000억원 입찰가격 중 신주 유상증자 규모(2조2000억원)를 조금 낮추는 대신 금호산업 보유 구주 매각 대금(3000억원)을 더 높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우발채무 규모 등을 감안하면 3000억원도 낮은 금액이 아니다”며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도 지금보다 더 높은 구주 가격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 “가급적 빨리 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이 회장에게 요청했다.
HDC그룹 수장인 그가 직접 나서 이동걸 회장을 통해 박삼구 전 회장을 강하고 몰아붙인 셈.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6일 금호산업과 산은에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HDC측은 내용증명에서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지적한 뒤 계약일자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해 이른 시일 내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반해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인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에 대해선 그가 직접 만나는 등 친분 쌓기에 나섰다. 박 회장과의 만남은 정 회장의 직접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적극적인 유화 손짓을 건넨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 회장과 박 회장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요청으로 추진된 이번 만남은 배석 없이 1대 1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이 예비 1대 주주로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네자 박 회장은 좋은 회사가 인수하게돼 기쁘다며 화답했다. 매우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승적 차원의 이야기가 오갔다는 전언이다.
이들간 만남은 향후 신주 유상증자 등 매각 과정에서도 의미가 깊다. 실제 금호석화는 현재 HDC그룹이 단행할 2조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보통주식(신주)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HDC그룹의 신주 유상증자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면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 금호석화도 기회를 얻는다. 반면 HDC그룹이 제3자 배정 방식의 증자를 택한다면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현재 11.12%에서 3%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로서 묘한 역학 관계가 예상되지만 서로간 우호관계가 필요할 수 있다는 공통분모가 맞아 떨어진 만남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은 7년간 법정공방을 벌이는 등 불화를 겪은 사실이 있어 서로 불편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박찬구 회장은 이번 아시아항공 인수전에서 정몽규 회장과 손잡은 미래에셋대우 박현주 회장과도 광주일고 동문이기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으로서는 박 전 회장의 버티기가 눈엣 가시로 생각될 것이다. 어떻게든 압박해서 인수전을 마무리 지어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찬구 회장과는 우호 관계를 맺어 범금호가에 유화적인 손짓을 보인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 직접만나는 등 지분 관계에서도 친분을 활용하려는 그만의 전략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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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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