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시아나항공 우협 대상자 선정작년 지주회사 체제 이후 다각화속도항공업이 화룡정점···선대회장 꿈이뤄건설업보다 모빌리티···그룹 확바뀔듯
“HDC그룹을 항공을 넘어 육상, 해상 등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11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자 회견장서)
‘아이파크’ 브랜드로 유명한 건설사 HDC현대산업개발이 국내 항공업계 2위 아시아나항공(우선협상대상자)을 품었다. 이에 따라 HDC그룹이 건설·유통·레저에 이어 항공까지 아우르는 종합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무엇보다 HDC그룹 사업 재편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한 정몽규 회장이 건설사업을 키우기보다 면세 레저 유통 호텔 등 사업다각화에 올인했다는 점에서 건설·부동산을 기반으로하는 디벨로퍼와 항공업(모빌리티)을 양대축으로 그룹을 운영할 것이란 관측 속에 HDC지주회사 체제 내 모빌리티를 핵심으로하는 주력사업 개편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모빌리티 그룹 선언은 미래사업에서 가장 핵심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건설에 뜻이 없다라고 평할 정도로 신사업 확장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5월 HDC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이후에도 금융투자, 부동산 개발, 사회간접자본, 기술첨단소재,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투자하며 사업 발굴에 속도를 붙여왔던 것.
아시아나 항공 인수(우선협상대상자)는 이같은 그의 행보에 화룡정점이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이 모빌리티 그룹을 선언하며 향후 육상, 해상, 항공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고 이미 공언하고 있어서다. 재계에선 그가 건설업을 사실상 접고 항공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HDC그룹 내부적으로도 건설업보다 항공업이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항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이나 해상, 항공 관련 분야를 좀 더 연구해볼 것”이라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연대할 계획”이라고 덧붙했다.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포니 정으로 불리는 아버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으로부터 내려온 현대자동차에서 못다이룬 꿈과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초대 현대자동차의 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다. 정몽규 HDC 회장은 젊은 시절 자동차에 온 힘을 쏟아 낸 ‘모빌(Mobile) 맨’이었다.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만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낼 당시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 현대산업개발만을 안고 현대그룹을 떠났다. 그가 자동차(땅)에서 못다이룬 꿈을 항공(하늘)이나 해상에서 펼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HDC그룹은 기존 리조트와 호텔, 면세점 등의 사업을 항공업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건설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그간 건설업 비중을 줄이면서 디벨로퍼를 지향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디벨로퍼란 건축 시공뿐 아니라 토지매입부터 건축 설계, 개발사업 인가 및 허가, 분양, 관리 등 부동산사업의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자를 말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부동산114를 인수하며 프롭테크와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앞으로 주거시설과 대형유통시설 등이 구성된 복합주거시설 개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 용산병원과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계기로 주력사업이 건설에서 항공업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HDC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주력 산업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논하기 이르다. 인수전이 마무리된 후 그룹의 사업도 재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승자의 저주 우려는 반드시 정 회장이 극복해야하는 숙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금성 자산이 1조3500억원 정도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10조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빚지고 항공기를 사들이는 항공사업을 하기엔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가 상승과 세계 경기 침체 등 악재를 만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HDC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위험도 있다. 국내 사업 비중이 큰 HDC현대산업개발은 그동안 대외적인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기업은 아니었다. 이제는 세계 경기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29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자산기준 재계 순위는 33위다. 반면 28위인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1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설업 본업에서는 확실한 수익구조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위험이 큰 항공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정 회장이 일군 HDC그룹의 명운이 달린 셈이다.
한편 금호산업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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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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