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파기환송심 재판, 경영 불확실성 가중이 부회장 글로벌 행보 ‘제동’···재판 장기화 악영향 연말 인사 늦출땐 ‘득보단 실’···이 부회장 결단 필요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길어지면서 주요 사업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다. 실제 12월 초 예상하던 정기인사가 늦춰졌고, 이로 인해 글로벌 전략회의 등에 대한 일정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삼성 내부에서도 재판이 언제 끝날지 쉽사리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 전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 2심서 집행유예 이후 광폭행보 =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1년가량 구속 수감된 기간에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에 복귀한 이후 왕성한 대외할동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청와대 대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갖고, 화성사업장에선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난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를 내놓은 바 있다.
2월엔 중국 출장 중 시안 반도체 공장을 점검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보통신기술(ICT)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같은 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청와대 국빈오찬을 가지면서 인도 사업을 챙겼다. 올 여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서울에서 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다.
사장단 회의도 잦았다. 연초 수원사업장과 기흥사업장에서 무선사업부문 및 반도체부문 간담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6월 말 화성 디스플레이 부문 사장단 회의, 수원사업장 무선사업부문 사장단 회의, 서울 EPC(설계·조달·시공) 계열사 사장단 회의 등을 가졌다. 7~8월에도 각 부문별 사장단 회의에 이어 금융사 사장단 회의를 잇달아 진행했다.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둔 지난달에도 이 부회장의 동선은 바쁘게 움직였다.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일본 출장을 다녀왔고 오슈아 벤지오 교수, 세바스찬 승 교수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가했으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청와대 만찬에 이어 사업 투자 등에 대한 공식 면담을 했다.
◇대법, 파기환송심 길어지며 경영 불확실성 커져 = 당초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말로 임기가 종료된 사내이사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경영활동엔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 8월 대법원으로부터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받은 이후 향후 재판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삼성 측 고민도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재계에선 내년 1월17일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당분간 경영 보폭을 좁히고 재판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연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최종 선고가 미뤄지면서 손경식 CJ 회장 등 증인채택 이후 결심공판과 선고공판 일정을 감안하면 상반기의 상당기간을 재판 일정에 끌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들은 자신의 임기 기간에만 성과를 내려고 하고, 직접 투자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조 단위로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오너 경영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인 ‘CES 2020’에 7년만에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 일정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삼성 역시 내년 초 CES 행사도 기조연설에 나서는 김현석 사장 등 각 사업부 부문장이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 관계자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줄곧 CES에 참석했으나 2014년부터는 불참해 왔고, 내년 초에도 재판 일정 등을 감안하면 참석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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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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