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몸 담은 GS칼텍스서 자진 사퇴‘삼양통상’으로 이동···그룹 계열이지만 독립경영 중현재 기타 비상무이사, 주총서 사내이사로 전환 관측허 전 부사장이 최대주주···부친과 공동대표 가능성도
15일 재계와 GS칼텍스 등에 따르면 허 전 부사장은 지난달 3일 GS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발표된 직후 사의를 전달했고, 31일자로 회사를 떠났다.
GS칼텍스는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특히 허 전 부사장이 담당하던 윤활유사업본부장은 현 대표이사인 허세홍 사장도 거쳐간 주요 보직으로, 향후 오너 4세간 승계 경쟁에서 ‘가산점’이 붙을 수 있다.
허 전 부사장은 창업주 고(故) 허만정 선생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첫 손자이고, 허 명예회장 장남 허삼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이다.
1975년생인 허 전 부사장은 보성고와 고려대 경영학,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5년 GS칼텍스 생산기획실에 입사했다. 2013년 상무, 2016년 전무에 이어 2018년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허세홍 사장을 비롯해 허창수 GS그룹 전 회장 장남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 4세들과 차기 후계자 경쟁을 치뤘다. 하지만 허 전 부사장이 약 15년간 몸 담은 GS칼텍스를 떠나면서 사실상 경영권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허 전 부사장은 부친이 회장인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정구 명예회장이 1957년 설립한 삼양통상은 국내 1위 가죽 가공회사다. 2018년 기준 매출은 1831억9826만원으로 집계됐다. 경쟁사인 조광피혁은 같은 기간 1276억6873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양통상은 공정거래법상 GS그룹 계열로 속해있지만, 일찌감치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허 전 부사장이 22.05%로 최대주주다. 허남각 회장은 20.00%를 확보했다. 숙부인 허동수 전 GS칼텍스 회장과 자녀 허세홍 사장, 허자홍 H-PLUS홀딩스 대표이사는 각각 4.48%, 0.67%, 0.83%씩 가지고 있다. 막내 숙부인 허광수 회장과 허서홍 전무도 3.15%, 1.67%의 지분을 보유했다.
당초 재계에서는 허 전 부사장이 곧바로 삼양통상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아직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식 직책조자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허 전 부사장이 삼양통상 등기임원이지만, ‘기타 비상무이사’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허광수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아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당시 허 전 부사장은 GS칼텍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사내이사직을 맡을 수 없었다.
기타 비상무이사는 상근으로 회사에 종사하지 않지만, 이사회에는 참석한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상법 317조에 따르면 주식회사 이사진으로 참여하는 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그 밖에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인 기타비상무이사 3가지로 구분한다. 사내이사는 상근하면서 상무(常務)에 종사한다.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다. 최대주주 친인척인 경우 독립적으로 이사회를 감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기타 비상무를 맡는다.
허 전 부사장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등록돼 있는 만큼, 당장 회사로 출근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또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선 기타 비상무이사에서 사퇴하거나 사내이사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주총 의결로 가능하다.
삼양통상은 올해 주총에서 허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인, 상근감사 1인, 기타 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1인 총 5인으로 구성됐다. 이사회는 규정상 이사 3명 이상, 감사 1명 이상이면 된다. 허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과 관련한 제약이 없다는 의미다.
또 허 전 부사장이 최대주주이고, 직전 GS칼텍스에서 부사장을 맡은 점을 고려할 때 최소 ‘부사장’ 이상의 직책을 부여받을 것으로 추측된다.
허 전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우선 선임된 이후 대표이사에도 오를 수 있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경영상 필요할 경우 대표이사 2인 이상을 선임해 회장과 사장에 보할 수 있다. 특히 허남각 회장은 올해 83세로 고령이다. 때문에 허남각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대신, 아들에게 경영권을 완전히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허 전 부사장이 지주사 ㈜GS 지분을 들고있긴 하지만, GS칼텍스나 GS건설, GS홈쇼핑 등 핵심 계열사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허남각 회장에 이어 삼양통상 경영권을 물려받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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