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이 회장에게 ‘쌍용차 정상화 방안’ 소개 사실상 대출 만기 연장에 추가 대출도 요구한 셈2년 전 선거 임박해 정부 압박한 GM 전략과 비슷“소득 없이 외국계 기업에 또 이용당할 것” 지적도
이동걸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본점을 방문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과 면담을 갖고 쌍용차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고엔카 사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 침체 등으로 쌍용차의 실적이 악화됐으나 마힌드라가 대주주로서 회생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또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직접투자 외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산은은 고엔카 사장과의 면담과 관련해 더 이상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엔카 사장이 사실상 쌍용차를 위한 지원을 얻어내고자 이동걸 회장을 찾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 쌍용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으로부터 약 2000억원을 빌렸고 오는 7월엔 그 중 9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다. 아울러 고엔카 사장은 전날 쌍용차 노조에게 회사 정상화를 도모하려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며 마힌드라가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나머지 2700억원의 조달 방법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측이 산은에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은 물론 추가 대출까지도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엔카 사장이 이동걸 회장과 면담한 뒤 곧바로 문성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찾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여론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사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다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는 데 부정적인 시선이 앞선다. 사실 산업은행도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금호타이어와 한국GM, 대우조선 등의 현안을 풀어내며 기업 구조조정 부담을 크게 덜어낸 상황이었다.
석연찮은 부분은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진 마힌드라 측의 방한 시점이다. 쌍용차 정상화 이슈를 국내에 확산시켜 표를 의식한 정부를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마힌드라는 쌍용차 마지막 해고자 46명의 복직을 무기한 연기했다. 결국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와 산은에 추가지원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흘러나온다.
돌아보면 2018년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전략과 상당히 비슷하다. 당시 GM 측은 한국GM 군산공장을 철수하며 그 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를 압박했고 끝내 산은으로부터 8100억원의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후 모든 게 원만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지원금이 모두 투입되기도 전인 2018년말 한국GM 1·2대 주주 GM과 산은 그리고 노조가 ‘연구개발 법인’ 분할 건으로 얼굴을 붉히며 철수 논란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한국GM 노사는 지금도 인력 구조조정 문제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덧붙여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한 한국GM ‘이전가격’ 문제 역시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투자 논의를 이어갈 때까지만 해도 우호적이던 GM 측이 태도를 바꾼 탓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와 산은이 쌍용차 지원 요구를 쉽게 수용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별다른 소득 없이 외국 기업에 이용만 당할 것이란 이유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채권은행일뿐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산은 측도 외부의 분위기를 의식해 쌍용차 지원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산은 관계자는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과 모든 이해관계자의 협조 아래 조속히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면서 “지원 여부에 대해선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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