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동맹, 표면적 명분은 ‘한진그룹 정상화’전후사정 따질때 설득력 약해···각자 진의 달라KCGI, 엑시트 일환···‘경영권’ 노린 반도에 지분 매각조현아, 일시적 경영 미참여···추후 복귀시도 가능성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그룹은 지난달 31일 3자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3자 연합은 자신들을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법무법인 공증을 거쳐 주식 공동보유계약도 체결, 법적으로 한진칼 지분 32.06%(의결권 유효 기준 31.98%)를 확보했다.
이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한 표면적인 목적은 ‘한진그룹 경영방식 혁신을 통한 성장과 발전 도모’다. 주주연합은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는 대신,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하는데 합의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들의 복안을 파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연합은 표면적으로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립’을 위해 조 회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져본 뒤 조 회장과의 전면전을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3자가 공동 배포 입장문을 살펴보면, 각자 맡은 역할이 비교적 또렷하다. 공동 입장문 서명란을 보면 KCGI-조현아-반도개발 순으로 적혀있다. 보유 지분순이라면 KCGI(17.29%)-반도개발(8.28%)-조현아(6.49%)가 맞다.
이에 비춰볼 때 주도적 역할은 KCGI가 맡은 것으로 보인다. 반도그룹은 적극적인 의사활동보단, 우선은 우호세력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부사장은 이들 연합의 ‘대외적 명분’을 제공해 준다. 조 전 부사장은 그룹이 특정 개인의 사유물로 운영하던 기존 경영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오너가 중 유일하게 퇴행적인 지배구조를 반성, 자정노력이라는 구실이 된다.
하지만 KCGI와 조 전 부사장은 불과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적대 관계를 유지해 왔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게 된 배경으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등 오너가 갑질과 일탈행위를 거론해 왔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서도 KCGI는 부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영향을 끼친 ‘집안의 원수’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주도해 온 호텔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 그의 경영복귀를 막겠다는 의지도 간접적으로 시사해 왔다.
양 측이 진심으로 힘을 합친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더라도, 이들 관계는 유지되기 힘들다. KCGI는 출구전략을 세워야 하고,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미참여는 일시적이다. 반도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지만, 경영권 완전 장악 가능성이 대두된다.
일각에서는 반도그룹이 한진그룹 유휴부지 개발이나 호텔·레저사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KCGI가 1년 넘게 해당 사업 정리를 요구해 왔고, 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쉽게 털어낼 수 있는 부문이라는 점을 간과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그룹이 단순 신사업 진출이나 주가부양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도그룹이 조 회장 편에 서는 대신, 주주연합에 선 것은 KCGI 엑시트(투자금 회수)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입할 당시에 펀드로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에는 주식담보대출로 지분을 늘려나갔다. 평균 매수 단가는 3만원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2금융권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도그룹은 KCGI 입장에서 매력적인 원매자다. 반도그룹이 총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1조원대로 추정되는 만큼, KCGI가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넘길 수 있다. 이 경우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은 25.57%로, 조 회장 및 특별관계자(22.45%)를 앞서 최대주주가 된다. 반도그룹은 중견 건설사에서 대기업집단으로 진입하고, KCGI는 손해를 보지 않고 한진칼 지분을 털고 나가는 구상이다.
조 전 부사장은 기존 경영진을 몰아낸 이후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영구 경영퇴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상황에 따라 경영복귀를 시도할 수 있는 것. 반도그룹이 경영권 쟁취 후 조 전 부사장 자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식의 거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자가 주식 공동보유계약으로 맺은 특별관계는 언제든 끊어낼 수 있다. 계약체결과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공증을 거쳐 금융감독원 신고로 공동보유를 해지하면 특별관계는 해소된다. 각자 원하는 바를 얻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자 본심은 한진칼 경영권을 차지한 이후에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른 만큼, 조 회장을 밀어낸다 하더라도 그룹 경영 정상화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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