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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험난 여정 한국이동통신 인수···SK 퀀텀점프 두번째 사례

[재계 지형 바꾼 M&A③]10년 험난 여정 한국이동통신 인수···SK 퀀텀점프 두번째 사례

등록 2020.03.11 07:47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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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텔레콤, 사업권 획득 불구 노태우 전 대통령인척기업 특혜 논란 휩싸이며 이통사업 추진 포기한국이동통신 인수 2천억 높게 써내며 사업권 취득

10년 험난 여정 한국이동통신 인수···SK 퀀텀점프 두번째 사례 기사의 사진

SK그룹이 선경의 유공 인수로 그룹 성장의 주춧돌을 놨다면 한국이통통신의 인수는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SK그룹의 3단계 ‘퀀텀 점프’ 중 두 번째로 꼽히는 한국이동통신의 인수는 성공까지 10년간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품은 SK는 1984년 착실히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선경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10년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정보통신 분야를 그룹의 미래 중점 사업분야로 정했다.

국내 어느 기업도 정보통신사업에 대해 꿈꾸지 않을 때 최종현 회장은 미국 방문길에서 통신사업 진출을 결심하고 미국 현지에 미주 경영기획팀을 세웠다. 이는 정보통신 분야가 성장잠재력이 가장 크고 기존 업계와의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였다.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최태원 회장은 이 시기 미주 경영기획실에 합류했다. 1989년에는 미국 현지법인 유크로닉스(Yukronics)사를 설립한 선경은 미국 내 이동통신 관련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US셀룰러’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선경 직원들은 US셀룰러로부터 월급을 받지 않는 대신 1년 가량 작업 현장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듬해인 1990년에는 미국 정보통신(IT)업체 CSC사와 합작으로 선경정보시스템을 설립하고, 1991년 마침내 향후 통신사업을 이끌어갈 주체로 선경텔레콤을 설립했다. 미래먹거리로 이동통신사업을 점찍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움직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추진은 미국에서 실무를 익힌 최태원 회장, 목정래 등 핵심 직원들이 귀국하면서 시작됐다. 그룹 각 계열사에서 차출된 인원 200여명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 획득을 목표로 모였다.

1992년 4월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사업 허가 신청 게시를 공표하자, 선경텔레콤은 같은해 6월 대한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제2이동통신 사업권 획득에 참여했다.

대한텔레콤은 총 1만점 만점에 8388점을 획득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최태원 회장의 장인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의 인척 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2년 8월 27일 사업 획득 일주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총화합에 기여한다는 차원에서 이동통신사업의 추진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선경은 1993년 막대한 인수자금이 필요한 한국이동통신(제1이동통신) 인수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경의 참여에 8만원대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가 30만원까지 치솟았다. 선경은 한국이동통신 주식의 약 23%인 127만5000주를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인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해야 했다. 인수자금은 4271억원이었다.

높은 인수 자금에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최종현 회장은 “지금 2000억원을 더 주고 사는 것은 나중 일을 생각하면 싸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했으니 회사 가치는 앞으로 더 키워가면 된다”고 논란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동통신은 1997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꿨고, CMDA(코드분할다중접속) 시스템 개발로 전환점을 맞게 된다. 한국이동통신은 선경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1996년 1월 1일 인천, 부천 지역에서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시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타운홀 미팅에서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역사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큰 도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SK텔레콤은 이통시장 초기 5개 사업자가 경쟁할 때 확고한 1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 2002년 1월에는 신세기이동통신을 합병 완료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2008년에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로 재탠생시켰다. 오는 4월에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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