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서 회장까지···31년 ‘두산맨’의 위기국책은행 1조원 수혈···“유동성 확보 선결 과제”“인력 전환 등 고강도 자구책에 실낱같은 희망”
박 회장 앞에 놓인 숙제 중 단연 첫째는 유동성 확보다. 당장 다음 달 6000억원대 빚을 갚고 이를 포함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총 1조2000억원의 회사채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상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높여 떨어진 신용등급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BBB’로 이 또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시행한 인력 전환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으로부터 ‘두산메카텍’을 현물 출자받아 자본을 확충하고 명예퇴직을 실시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 자구 노력을 단행 중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의 반대 입장은 박 회장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일부 휴업’ 방침을 두고 사실상 정리해고로 가는 수순이라며 특별단체교섭 등으로 합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허리인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그룹 전체 위기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며 “박정원 회장이 우선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고 그다음부터 곧바로 고강도 자구책과 그룹 전체의 신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생인 박 회장은 대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두산가(家) 4세다. 박 회장은 2016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4세 경영 시대를 열어젖혔다. 지난해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며 확실한 두산그룹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오너가’ 회장이지만 31년간 차근차근 이력서를 채웠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박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 두산 대표이사 부사장, 두산 대표이사 사장, 두산 부회장을 거쳤다. 2016년 4월 숙부인 박용만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직에 오를 때까지 각종 사업 현장을 두루 거쳐 현안에 밝다. 2014년 두산 지주 부문 회장 시절 연료전지 사업 기틀을 세우고 2015년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것이 박 회장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박 회장은 시대 변화를 민감하게 응시해 신사업에도 적극적이다. 두산은 지난해 10월 수소 연료전지 사업과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전지박 등 소재 사업을 분할해 각각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설립했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선점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전자 소재인 동박과 전지박, OLED 소재,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 소재 사업을 영위한다. 그중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전지박은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다.
젊은 회장답게 디지털에도 친숙하다. 박 회장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0’을 찾아 연료전지 드론과 협동로봇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개척에 힘을 보탰다. 앞서 박 회장은 그룹의 모든 디지털 역량을 끌어모으는 ‘디지털 전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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