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솔루스 ‘매각 추진’ 유력한 방안솔루스 매각 땐 오너家 사재출연 고려건설부문 매각···중견사와 가격 협상 중큐벡스·메카텍·두타몰 등도 매각 1순위밥캣·인프라코어 주력사업 매각은 신중
①사재출연 감안···솔루스·퓨얼셀 매각
금융권과 IB업계 및 산업계의 관측을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에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매각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두산솔루스는 관심을 보이는 회사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등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10월 두산이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연료전지 사업을 맡은 두산퓨얼셀과 함께 두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솔루스의 OLED 소재, 동박, 전지박 사업 영업가치는 961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두산솔루스는 지주회사 ㈜두산이 보통주 13.94%, 우선주 2.84%를 보유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보통주 50.48%, 우선주 11.04%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이 보통주 18.05%, 우선주 12.47%를 갖고 있으며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보통주 65.08%, 우선주 48.34%로 늘어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박정원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사재 출연도 감수하면서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신사업을 포기해야 상황을 맞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두산솔루스 시가총액은 7387억원, 두산퓨얼셀은 3263억원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두산솔루스의 매출액은 3330억원, 영업이익은 44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를 팔면 오너가 지분이 많아 오너들 돈이 들어오는 구조여서 사재 출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채권단이 압박하는 사채 출연 요구안에 대한 대비책으로 솔루스 매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외에 두산퓨얼셀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기업가치가 두산솔루스보다 낮은 두산퓨얼셀이 쉽게 팔릴 수 있느냐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업 특성을 감안하면 두산퓨얼셀은 당장 매수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격과 매수처를 감안하면 두산솔루스의 시장 가치가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②두산건설 매각 기정사실화···시공순위 50위권 이내 중견건설사와 타진 중
두산건설은 지난해 말 상장 폐지되며 두산중공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두산건설은 작년 말에도 매각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두산건설은 실제로 한 중견건설사가 두산 측과 인수 조건 등을 놓고 물밑 접촉을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아파트 및 주택을 하는 중견건설사 한 곳이 토목 및 플랜트 경험이 없어 두산건설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귀띔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 1조5478억원, 영업손실 52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기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23위(평가액 1조4065억원)를 기록했다. 30~40위권 중견건설사가 두산건설을 인수하면 일약 1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자회사 매각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외부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하기 전까지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③메카텍·큐벡스·두타몰 매각도 거론
두산중공업은 1조원 대출 지원을 받은 채권단에 두산 계열사인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두산타워, 네오플렉스, 오리콤 등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여신 전담 인력을 구조조정 부서로 이관해 두산그룹으로 확대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메카텍, 두산큐벡스, 두산타워 등 계열 지분이 금융권에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두산으로부터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현물출자 받아 2382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편입된 두산메카텍은 정유 및 가스 관련 화공장치를 제작하는 회사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메카텍을 산하에 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향후 플랜트 수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산메카텍의 매출 규모는 2000억원 선이다.
두산은 춘천에 골프장 라데나 클럽을 운영 중이다. 골프 사업권은 두산큐벡스가 갖고 있다. 두산큐벡스는 두산중공업이 36.33%, 두산이 29.19%, 두산인프라코어가 24.66% 지분을 갖고 있다. 두산큐벡스는 지난해 64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면세점 등 유통사업에서 고전했던 두산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유통사업을 과감히 접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아무래도 핵심 사업보단 비핵심 계열사 매각이 두산 입장에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서다. 지주사 두산의 유통 사업은 동대문 두타몰이 유일하다. 두산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뗐다.
④밥캣·인프라코어 주력사업 매각은 신중
시장에선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본다. 만일 두산 측이 두 회사의 매각을 저울질 한다면 맨 마지막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두산밥캣은 연간 2700억원, 두산인프라코어는 1000억~1500억원을 벌고 있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까지 전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두산중공업 아래에 있는 사업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두산 측에 전달했다. 수익성이 좋은 두 회사가 두산중공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상황이 생기면 신용등급이 악화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압박 이후 증권가에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두산중공업에서 분할해 지주사 두산에 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 대안으로 평가한다. 두산중공업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두산중공업 아래에 있는 자회사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일부 사업부 매각하면 밑에 자회사가 없는 게 낫다.
한 기업분석가는 “두산 입장에선 알짜회사인 밥캣이나 인프라코어를 포기 안하는 방향으로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다보니 두산솔루스 등 다른 회사 매각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밥캣이 인프라코어보다 돈을 더 잘 벌고 우량해서 밥캣 매각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두산중공업은 은행권 채권액이 4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4600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4조2000억원인데 3조원 가량은 만기를 연장하고 남은 1조2000억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조원을 지원했다”며 “남은 금액은 자체 유상증자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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