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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빼는 증권사···건설사 줄폐업 위기

[부동산PF 건설업계 뇌관-①]발빼는 증권사···건설사 줄폐업 위기

등록 2020.04.21 17:45

수정 2020.04.22 15:30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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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신 증권 PF 많이쓰던 건설업계증권사 유동성 우려에 차환 속속 끊겨PF ABCP 상반기까지 24조원 만기도래중소건설 폐업가시화···연쇄디폴트 우려

(사진제공=뉴스웨이 DB)(사진제공=뉴스웨이 DB)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증권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가장 걱정이다. 현장을 돌려야하는 건설사들은 최근 은행보다 증권사들로부터 돈을 끌어다가 쓰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PF 등으로) 증권사들이 무너지면 건설사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중견건설 임원)

“규제로 인해 증권사들이 부동산PF 관련 채무보증을 일시에 정리하면 안정 자산에 관한 보증도 기피하게 된다면 유동성 위기는 부동산시장으로 확산하고 건설투자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대형건설 관계자)

지난 14일 PF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A건설사는 증권사의 채무보증을 포함하지 않았다. A 건설은 지난해 11월 체결한 1300억원대 대출약정을 기초자산으로 2회차 차환발행에 나섰지만, 증권사의 신용공여는 배제한 것이다.

신용등급(A-)도 높은 측에 속했고 PF사업장도 수도권에 있었지만,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한발 뺐다는 관측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경우에는 시장여건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체 신용으로 차환발행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5일 230억원의 ABSTB를 차환발행하는 다른 대형건설사는 증권사의 매입보장을 받았다. 그러나 추가로 자금보충 및 채무인수 약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유동화시장의 경색으로 증권사가 매입보장을 약정했더라도 건설사의 추가 보증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ABS시장이 정부 및 금융당국의 지원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PF 자산유동화시장에서 채무보증을 전담하다시피 한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건설사들의 PF사업 자금줄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에서 시행, 시공사로 이어지는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일부 중소건설사 줄폐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종합건설회사 지안스건설은 6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999년 설립된 지안스건설은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로 2017년에는 기성액(공사 실적 자체 평가액) 기준(928억원) 대전·충남 지역 도급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던 업체다. 2018년과 2017년 각각 750억원과 9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2년 연속 20억원을 기록했다.

지안스건설은 지속적인 공사대금 채권 회수 실패로 재무 상태가 악화돼 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회수 채권이 누적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고 동시에 전반적인 건설업 시장 침체로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심해진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타일·방수 시공업체인 지원건설과 부동산개발사인 동진주택개발도 각각 2월 말과 3월 초 파산을 신청했다. 이들 역시 건설경기 악화로 수주 실적이 감소하는 동시에 인건비와 자재비 등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절차마저 포기하고 아예 폐업하는 건설사는 더 많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36곳으로, 전년 동기(21건) 대비 71% 증가했다. 이달엔 9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만 12곳에 달한다.

대형건설사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현금성 자산 대비 PF 유동화증권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PF 유동화증권 시장상황이 건설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리포트를 14일 발표했는데 분석대상에 포함된 A급 건설사 9개사의 경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익스포저가 5조10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 6조7000억원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A급 건설사는 대우건설, 롯데건설, 신세계건설, 태영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SK건설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매입보장약정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건설사가 직접 노출된 차환위험은 크지 않다”면서도 “하반기까지 자금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PF ABCP는 상반기까지 24조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BBB급 이상 건설사 23곳의 직간접 PF ABCP 규모는 12조8000억원을 차지했다. 금융기관이 제공한 매입보장약정 4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건설사가 직접적으로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ABCP 규모는 8조4000억원이다. 연내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6조7000억원이다.

단기적으로 PF 우발채무 대응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현금성자산 대비 PF ABCP 규모가 50%를 하회했다. 다만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익스포저 비중이 50%를 초과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A급 건설사의 경우 현금 대비 PF 유동화증권 익스포저 비중이 70%를 상회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기타 론(Loan)의 규모도 큰 편으로 파악됐다. AA급의 경우 PF 익스포저에 상응하는 현금성 자산이 확보됐고 BBB급은 현금성 자산이 작긴 하지만 PF 유동화증권 규모 자체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단기자금시장 안정책이 나오면서 일부 시장경색이 해소된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불안감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건설사 역시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부담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2012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PF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PF 창구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넓어지면서 코로나사태가 더해져 고민이 쌓이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리스크 중에 하나가 부동산 PF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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