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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심의위 카드 꺼낸 이재용 부회장

[Why]검찰수사심의위 카드 꺼낸 이재용 부회장

등록 2020.06.04 13:29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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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삼성측 미리 예상검찰 개혁 제도 활용은 ‘마지막 카드’라는 판단1년6개월 장기 수사 ‘피로도·경영 차질’ 외부 호소‘관행적 기소·짜놓은 수사 프레임’ 공개적 불만

4개월 만에 해외출장 마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4개월 만에 해외출장 마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마친지 엿새 만이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의 기소 결정을 예상했다. 그래서 검찰이 아닌 국민 심판을 받겠다며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는 내용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에 재계에선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혐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의 불법승계 수사와 기소가 과연 적법한지 합리적으로 따져보자는 절박한 심경으로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심의위 제도는 지난 2018년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의 자체 개혁 방안으로 도입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 심의 대상이다. 그동안 검찰 측 요청으로 8차례 수사심의위가 열렸지만, 대기업 총수가 새 제도에 도전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를 만들어 놨으니 (삼성) 한번 도전을 해보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다만 검찰에서 위원회 자체를 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재량을 갖고 있어 기각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부회장 수사 건의 경우 수사기록이 방대해 검찰이 이를 공개하기 꺼려하는 만큼, 심의위 개최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의 칼을 끄집어낸 이상 다시 칼을 집어넣긴 어렵다”며 “결국 그런 상황에서 (삼성) 외부적인 절차를 끌어오면 명분을 살릴 순 있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수사심의위 심의 신청이 얼마나 영향을 줄지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있다.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데 상당부분 검찰 측 수사 자료를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이 검찰의 프레임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은 검찰이 유리한 논리로 확대해석해 수사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두 차례 검찰에 소환된 이 부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보고받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의 주장은 검찰이 정확한 혐의를 찾지 못해 3개월이면 끝내야 할 특수부 수사를 무려 1년6개월 이상 길게 끌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재계에선 검찰이 오랜 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자 무리하게 수사 기간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6년 12월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합병, 회계 등과 관련해 검찰에 불려간 삼성 전·현직 임원 30여 명은 100여 차례나 검찰에 소환됐다.

결국 삼성은 검찰의 관행적 수사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법조계, 학계 등 외부 전문 평가단에 기소 타당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심의 신청을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대기업 중 유독 삼성만 오랫동안 질질 끄면서 짜 맞추기 식 수사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뜻”이라고 불편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가로막을 정도의 과도한 수사가 계속된 데 따른 재계 답답함을 삼성이 검찰에 도전장을 던지며 실행에 옮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경영권 승계 수사가 본격화한지 지난 5년간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대외 이미지 하락 등 상당한 손해를 봤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파기환송심 재판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은 잇단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경영 공백을 줄이려고 국내외 사업장을 찾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영장 청구와 별개로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만일 심의위가 열리게 되면 250명의 위원 중 15명을 추첨해 구성하게 된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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