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현산측 재실사 요구 거부인수 진정성 의심···플랜B 가동 불가피금호·아시아나, 채권단 체제 돌입할 듯
최대형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HDC현산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실무진이 요청한 대면 협의에 일절 응하지 않은 것은, 거래종결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26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와 인수 상황이 급변했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12주 동안 재실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산은은 HDC현산이 인수 완주 의사를 확실히 한다면, 영업환경 분석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가능하다고 내비쳤다. 거래종결 시한이 12일로 다가온 만큼 조속한 결정을 해달라는 것.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노딜 수순에 한줄기 희망의 끈을 놓치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HDC현산이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데드라인은 9일 정도 남아있다. 금호산업이 오는 12일 이후 SPA 해지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 마지막 거래종결 선행요건인 러시아의 기업결합심사가 지난달 14일 통과된 만큼, 이를 기준으로 10영업일 이내에 딜 클로징(거래종결)을 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HDC현산의 마지막 결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M&A 실패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충실한 자료제공과 함께 7주간 엄밀하게 실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실사라는 딴죽을 거는 것은 인수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는 것.
실제 이날 최 부행장은 “HDC현산이 인수 의사가 있다면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또 기본 협의조차 안되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종결을 원하지만, (HDC현산이)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으면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이고 직설적으로 HDC현산측을 공격했다. 이는 노딜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산은의 이번 발표가 M&A 무산에 따른 플랜B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해석했다. HDC현산과의 거래 종결을 희망하고는 있지만, 극적인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거래 불발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영향 아래 놓이게 될 전망이다. 채권단이 현재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 36.99%로 최대주주가 된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0.77%인데, 새 인수자가 등판하기 전까지 이 지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향후 업황 회복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주식 67% 가량(금호산업 소유 포함)을 처분하는 식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는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도약 꿈도 당분간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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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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