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서 공급 끌어오는 대책, 참여 없으면 의미없어대규모 단지인 은마부터 소규모 사업장도 “NO”조합 “임대 거부감·과한 기부채납·정책 신뢰 부족”전문가 “정부가 추산한 5만가구 공급 달성 어렵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민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인데, 하고 싶은 정책만 펼친다고 먹히겠습니까.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은 좋지만 최소한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고 정책을 펴야죠. 공공성이 좋다해도 시장과 너무 엇박으로 가고 있어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5일 서울 내 재건축 거의 모든 조합들은 “공공재건축 참여 검토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재건축 대상지인 은마아파트, 성산시영 등은 물론, 비교적 가구수가 적은 재건축 조합도 공공재건축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조합들은 ‘검토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로 구성된 수도권공급TF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내놨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재건축 시행사로 참여해 조합과 함께 재건축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다.
공공 재건축 추진시 용적률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을 통해 기존 300% 이하에서 300~500%까지 높여준다. 층수 규제도 최대 50층까지 푼다. 정부는 이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용적률 50~70%를 기부채납 받아 분양 공공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절반씩 공급할 방침이다. 이 때 지은 공공주택들은 신혼부부, 청년 등에 돌아가도록 해 서민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주택공급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93개 사업장(26만가구) 중 약 20%가 공공 재건축에 참여한다고 보고, 5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들은 참여 의사가 완벽하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유는 ▲임대 물량 거부감 ▲과도한 기부채납 ▲고밀화에 따른 정주여건 악화 ▲정부 정책 신뢰감 부족 ▲사업 진행 차질 우려 등이다.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공공재건축에 대해 “우리랑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사업시행인가는 받지 못했지만 시공사 선정은 마친 은마아파트의 경우 공공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기도 힘들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추진위원장은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그대로 되고 여기에 기부채납을 최대 70%까지 받아간다는 데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2000년 시공사선정 완료), 압구정 현대, 성산시영 조합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추가 수익의 90%를 환수해 가는 게 조합 입장에선 전혀 장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 뿐 아니라 소규모 현장도 ‘받는 것 이상으로 가져간다는 데 하겠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합원 수가 200명이 채 안되는 미아4구역 재건축 조합은 “90%를 환수해간다는 데 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해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대가 많이 들어온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며 “용적률 올라가면 그 분담금은 다시 조합 몫”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 방식으로는 정부가 추산한 5만가구 공급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연규 정비사업 전문 법무법인 기린 대표는 “우선 공공재건축 대상 자체가 별로 없다. 강남4구는 더 없을 것”이라며 “민간 재건축 사업의 분담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당근’도 쥐어주지 않은 유도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에서 공급을 끌어오는 방법인데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는 이미 참여 의사가 없고 소규모 사업장 마저 그렇다면 5만 가구란 숫자는 허수”라며 “정부가 현장과 최소한의 소통도 하지 않고 급하게 정책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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