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매출 줄어들며 시장점유율 축소작년 흑자 기록했으나 올해 다시 적자로코로나19 수혜도 없어···연간 BEP 달성 목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재출발했다. 2016년 2월 SK플래닛에 합병된 지 2년7개월만이었다.
SK그룹은 2016년 11번가의 운영사 커머스플래닛을 SK플래닛과 합병하면서 커머스 사업과 플랫폼 사업 역량을 합쳐 글로벌 커머스 시장 진출까지 노렸다. 그러나 이 시기 이커머스 시장의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다시 커머스 사업을 떼어냈다. 당시 시장에서는 SK가 11번가를 분사한 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SK그룹이 선택한 것은 ‘분사 후 매각’이 아니라 ‘분사 후 투자유치’였다. 신설법인 11번가는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상호 대표는 이후 2년간 기업가치 올리기에 집중해왔다. 이 대표의 전략은 수익성 개선과 ‘커머스포털’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1번가 독립 당시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11번만의 차별점을 내세워 외형성장과 안정적인 재무 실적을 동시에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선 11번가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발행했던 할인쿠폰 등을 없애고 초저가 상품을 줄이는 등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대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했다. 특히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직매입 비중을 크게 줄였다. 대표적인 직매입 상품으로는 신선식품이 있는데, 신선식품 특성상 배송과 보관에 비용이 들고 폐기율도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11번가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의 ICT 역량을 바탕으로 경력직 개발자들을 대거 채용하는 등 플랫폼 역량을 지속 키워왔다. 무언가를 검색할 때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듯이 쇼핑 검색을 위해 11번가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노력 끝에 11번가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1번가는 독립 첫해인 2018년 678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1년만인 2019년에는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 장악력을 잃으면서 매출액이 크게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나 줄었다. 이커머스 매출 2위 자리도 쿠팡에 내줬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올해에도 11번가는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11번가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25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 기업들이 대거 수혜를 입은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신선식품 등 직매입을 줄이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용은 도리어 늘면서 애써 흑자로 돌려놨던 수익성 지표도 악화했다. 11번가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98억원으로 다시 적자 전환했다.
11번가가 내세우는 오픈마켓 중심의 커머스포털 전략도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차별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티몬의 타임커머스 같은 차별점을 소비자들이 11번가에서는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다.
11번가는 올 상반기 거래액이 2개 분기 연속 증가한 만큼 외형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라이브 방송’, 동영상 리뷰 ‘꾹꾹’ 등 동영상 플랫폼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휴 브랜드들과 함께 추석 프로모션, 11번가의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11월 ‘십일절 페스티벌’도 진행할 예정이다. 11번가의 제휴 브랜드는 업계 최대 규모다. 또 11번가에서만 살 수 있는 차별화 상품을 계속 선보여 11번가만의 전략 상품도 늘린다.
11번가 관계자는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포털 11번가만의 차별점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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