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미끼상품 없애며 마케팅費 최소화흑자전환 성공했지만 매출·점유율 감소업계, 성장·수익 “두마리 토끼 못잡는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었다. e커머스 시장의 약육강식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감소는 곧 시장 점유율 하락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11번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거래액과 매출액도 빠르게 떨어지며 시장 장악력을 잃었다. 오는 2022년 상장을 위해서는 흑자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외형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11번가는 SK플래닛의 한 사업부로 시작해 작년 9월 4일 독립했다. 이전까지 워낙 큰 적자를 낸 11번가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특히, 작년 유치한 5000억원 투자의 대가로 2022년까지 상장하거나 투자자 지분을 되사줘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흑자 전환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해 11번가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모펀드 H&Q와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조건은 2022년까지 11번가를 상장(IPO)하거나, 투자자 지분을 되사주는 것.
e커머스의 적자 탈피 방법은 간단하다. 마케팅 비용 등의 판촉비용을 줄이면 된다. 11번가도 이 방법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마구잡이로 뿌렸던 할인 쿠폰과, 고객을 끌어들 일 수 있는 ‘미끼 상품’을 을 대폭 줄였다.
위메프, 티몬 등이 초저가 상품을 쏟아낼 때도 대응하지 않았다. 일회성 행사를 최소화하고 11번가에 대한 충성도 높은 ‘진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혜택을 몰아줬다. 결과는 올 1, 2분기 연속 흑자. 작년 상반기 310억원의 적자가 올 상반기 4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장악력을 잃었다. 올 상반기 11번가 매출은 작년 상반기 대비 10% 줄었다. 기존 3368억원에서 302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거래액도 매출과 비슷한 폭으로 줄었다. 쿠팡에 국내 e커머스 2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수익을 챙긴 셈이다.
e커머스는 업계 특성상 덩치가 큰 곳이 시장 장악력을 갖는 구조다. 11번가 경영진은 매년 엄청난 적자를 내는 사업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는 거래액이 많아질수록 재무제표 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 되는 구조다. 업체들이 판촉비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외형 불리기에 사활을 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11번가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 지분을 모두 되사야 하는 만큼 상장에 실패하면 자금난, 외형을 키우면 수익성을 잃게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끊임없이 11번가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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