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 고소 취하해도 끝 아니다···'노조 개인정보 수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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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소 취하해도 끝 아니다···'노조 개인정보 수사' 계속

등록 2026.05.23 16:32

수정 2026.05.23 16:36

정단비

  기자

고소 취하에도 수사 지속···왜?경찰, 기흥·평택 잇단 압수수색"노조 가입 여부는 민감정보"

사진=강민석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위기를 넘기며 쟁의 기간 중 제기했던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합의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수사를 중단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모두 임직원 개인정보의 무단 이용과 관련된 두 건이다. 경찰은 이미 기흥사업장과 평택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번째 사건은 '노조 미가입자 명단 작성 및 유포' 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1일 특정 부서의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성명·사번·노조 가입 여부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일부 직원들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악용해 특정 임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미가입자 명단을 별도로 정리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과 결부된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4월 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두 번째는 '매크로 동원 대량 정보 무단 이용' 사건이다. 회사 등에 따르면 직원 A씨가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회사의 정보보호 감지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으로 탐지됐다.

수집된 정보에는 임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인트라넷 ID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씨가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제3자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한 정황까지 확인하자 지난 4월 16일 추가 고소에 나섰다.

특히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이용한 인물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까지 제기됐다.

다만 노사가 잠정합의 과정에서 회사측은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했음에도 관련 수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상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고소인이 사후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직권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노동조합법 위반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은 지난 2001년 개정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반의사불벌죄에서 일반 범죄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노조 소속 인사가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했거나 쟁의행위 참여를 강요한 사실 등이 확인될 경우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모두 개인의 사적 권리를 넘어 국가가 직접 보호해야 할 법익을 다루는 법률이기 때문에 당사자간 합의만으로 형사 절차가 종료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노사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 송치와 기소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 사례에서도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와 기소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017년 대학병원 전자의무기록 무단 열람 사건의 경우 감사원 고발을 계기로 수사가 시작됐고, 환자 정보를 업무와 무관하게 열람·전송한 의료진 등에 대해 형사처분이 내려졌다.

또 2024년 한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환자 1만7000여건의 개인정보와 처방 내역을 제약회사에 제공한 혐의로 병원 관계자와 법인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역시 피해자 개별 고소 없이 검찰이 직권으로 기소한 사례다.

삼성전자 관련 수사도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관련 조회자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8일에는 평택사업장 직원의 메신저·이메일 기록 확보를 위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경찰이 단기간 내 두 사업장을 잇따라 압수수색한 점을 고려할 때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안업계에서는 1시간 동안 2만 회가 넘는 조회가 이뤄진 것은 일반적인 업무 범위를 크게 벗어난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동 반복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노조 가입 여부'라는 민감 정보를 다뤘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노동조합 가입 및 탈퇴 여부, 정치적 견해, 건강 정보 등을 '민감정보'로 규정하고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한 처리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노조 가입 여부 정보를 수집·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3호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노조 가입 여부는 헌법상 결사의 자유와 직결되는 민감 정보인 만큼, 동의 없는 수집·활용은 중대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노사가 갈등 봉합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고소 취하를 결정한 점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은 사회적 법익과 관련된 만큼 노사 합의만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단순 행위자뿐 아니라 정보 수집과 활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소재까지 규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수사 범위가 노조 집행부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고소·고발 취하 결정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위기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싸고 지난해 말부터 장기간 교섭을 이어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달 11~13일과 18~20일 두 차례에 걸쳐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성과급 재원 배분 방식을 두고 노사 간 이견이 이어지며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지난 20일 오전 진행된 2차 사후조정 3차 회의에서도 노사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삼성전자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 노조는 당초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였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노사는 같은날 오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약 6시간의 추가 교섭 끝에 밤 10시30분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총파업을 유보했고 현재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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