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마다 해외 출장···이번 추석땐 국내 체류올들어 19번째 공개 일정···20번째 일정은 어디?재계선 반도체 사업장 찾을 가능성 높게 봐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올 추석엔 무리한 해외 출장보단 국내 체류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 총수들의 해외 출장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고 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절차도 까다롭다. 2주간 격리를 면제해주는 기업인 입국 패스트트랙(신속통로) 제도가 시행되는 국가는 중국뿐이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로 1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시기를 제외한다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삼성 경영을 총괄하게 된 이후로는 명절 때마다 매번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설연휴 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고, 추석에는 삼성물산이 사우디에 짓고 있는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올해도 1월말 설연휴 기간엔 한종희·노태문 사장과 브라질 사업장을 찾아 가전·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출장은 지난 5월 중순께 중국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게 마지막이 됐다.
삼성 측은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에 이 부회장이 한남동 자택에 며칠 간 머무를지, 사업장을 찾는다면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개인적인 동선이라 확인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총수 일정이 사전에 외부 노출되면 안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이 부회장이 사업장을 갈 때마다 미리 일정을 잡고 가는 성격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미리 스케줄을 잡지 않고 ‘깜짝 방문’ 형태로 현장에 나갈 때가 유독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달 들어선 지난 9일 세트부문 사장단과 전략 회의를 하고 나서 예고없이 서울 강남의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찾았다.
올들어 삼성전자가 외부 공개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19차례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20번째 현장 일정은 추석 연휴에 나오지 않겠냐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 부회장은 오늘 현장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잡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일정은 회사에서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알게 되더라도 한두시간 전에 알거나, 또는 현장에 가고 나서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장은 올들어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라인 등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면서 이 부회장이 공식 일정의 절반 가량을 할애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변화 폭이 커지는 요인도 이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경영 전략에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도체 사업의 경우 미 상무부가 화웨이 제재에 이어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도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올리면서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시점이다. 미국이 지난 5월 화웨이와 대만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 거래를 막은 데 이어 SMIC까지 반도체 거래를 차단하면서 우선은 반사이익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SMIC 등에 주문을 넣었던 퀄컴 등이 삼성전자를 더 선택할 수도 있을 거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이 반도체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10년 투자’ 약속대로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TSMC와 펼쳐지는 파운드리 경쟁구도 역시 시장의 초미 관심사다.
한 관계자는 “명절 기간에 4분기 경영 구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 등 할일이 많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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