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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경영권 분쟁 동력 상실?···KCGI ‘끝까지 전쟁’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3자연합, 경영권 분쟁 동력 상실?···KCGI ‘끝까지 전쟁’

등록 2020.11.17 13:33

수정 2020.11.17 13:47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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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부사장, 공격적 행보서 한 발 물러나반도, 권홍사 회장 명예 퇴진에 분쟁명분 퇴색인수 반발하는 KCGI, 모든수단 총동원 저지 계획 ‘캐스팅보트’ 산은 “합리적 판단으로 의결권 행사”조 회장 외 대안 無, 논란 차단할 안정장치도 마련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부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원군으로 등장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경영권 분쟁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견고하던 3자간 동맹전선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두고 선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막역한 관계이던 재계 원로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원로들은 가족들과 화해하라는 식의 충고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과 정면에서 충돌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그룹 연말 인사가 끝난 직후 조 회장의 독단 경영을 문제삼으며 외부 세력과 규합했다.

단기간 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경영권 분쟁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3자연합은 올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완패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분쟁은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조 전 부사장의 금전부담은 가중됐다. 그는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한진 등 한진그룹 계열사 보유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 외에는 공식 수입이 없어 한진칼 주식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1년 전 1.54%에 불과하던 주담배 비율은 현재 5.10%로 3.56%포인트 확대됐다. 최근에는 전략적 투자로 현금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공격적으로 움직이던 과거와 달리 한 발 물러난 듯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3자연합 구성원인 반도건설은 권홍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갈 곳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권 회장은 지난 10일 조직개편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기 위해 깜짝 퇴진했다. 권 회장은 이미 지난 7월부터 지주회사 반도홀딩스, 반도건설, 반도종합건설 등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며 퇴진을 준비해 왔다.

시장에서는 권 회장의 퇴진을 아들 권재현 상무의 경영권 편법 승계와 연관 짓고 있다. 반도건설은 2015년부터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권 상무에게 차등배당이라는 명목으로 배당금을 몰아줘 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한진그룹 정상화라는 권 회장의 분쟁 명분은 퇴색됐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3자연합에 합류하기 전, 조 회장에게 한진그룹 명예회장직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개인적 사심을 채우기 위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시장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3자연합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CGI는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적극 반대하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산은과 조 회장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과정에서 3자연합이 문제 삼을 여지를 원천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사의 생존이 국내 항공산업의 존속과 직결되는 만큼,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 체제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CGI는 산은이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대목에서 크게 반발했다. 산은은 5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게 된다. 이 주식이 의결권을 가지는 만큼, 산은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것이다.

산은이 한진칼 출자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정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대한민국 항공산업 붕괴를 막을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인수 후보가 있던 것도 아니다. 산은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가 불발된 뒤 5대 그룹과 항공업을 영위하는 다른 그룹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대부분이 재무적 부담 등을 이유로 외면했다.

항공업 특성상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인 만큼, 대한항공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산은은 전날 열린 온라인 브리핑에서 “일방적으로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면서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성과가 미흡하면 퇴진하는 등의 경영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조 회장과 3자연합이 표대결에 나서면, 산은은 조 회장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산은은 “국민편익과 안전측면에서 고려해 봤을 때, 3자 연합도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는데, 분쟁에 대한 부정적인 속내를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산은은 조 회장을 제외한 다른 오너일가의 항공 계열사 경영 개입을 방지하는 ‘안정장치’를 마련해 뒀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로부터 경영 불참 확약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자연합이 맺은 한진칼 지분 공동보유계약은 지분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겠다, 다시 말해 ‘먹튀’하지 않겠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과 권 회장의 분쟁 의지가 약화된 상황에서 KCGI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부 개입으로 분쟁 재료가 완전히 소멸됐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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