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 보증금 500만~1000만원, 월세 50만원이 평균”“저렴한 비용 대비 시설 좋아···앞으로 확충 됐으면 좋겠다”“청년 공동체 마련돼 창업 및 프리랜서 활동에 도움된다”“대학생 주거 현실 상황 모르고 비판만 하는 것 불편해”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입주자 황두현(가명·32)씨는 지난해 서울로 독립을 했으나 비싼 보증금과 월세 탓에 다시 본가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 비용이 저렴한 ‘안암생활’을 신청했고, 특히 청년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한국주택토지공사(이하 LH) 호텔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인 ‘안암생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안암생활은 1인 청년 가구를 위해 구 관광호텔을 개조해 시세 대비 45% 수준으로 공급해, 청년 주거난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입주자들은 ▲저렴한 보증금 ▲주거와 사무 공간의 결합 ▲청년 소통 커뮤니티 시설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우선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됐던 부분은 보증금 부분이다. 목돈이 많지 않은 청년들의 도심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는 평가다.
실제 ‘안암생활’과 같은 수준의 보증금과 임대료로 월셋방을 찾아본 결과 안암역 인근에선 총 5곳의 매물이 나왔다. 이 가운데 두 곳은 반지하층이었다.
‘안암생활’이 위치한 안암동 내 월세방 조건을 검색해보면 기본 보증금이 1000만~2000만원에 달한다. 월세는 40만~50만원이 대부분이다.
선호도가 낮은 반지하나 옥탑 월셋방은 20~29㎡ 수준의 비교적 넒은 곳일 경우 보증금 500만~1000만원, 월세 30만~40만원대 정도였다.
지난 1일 ‘안암생활’에 입주한 김 씨는 “서울에서 자취방을 구하려면 500만원 이상 보증금을 내야한다. 게다가 월세 50만원 수준에 관리비 까지하면 6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낸 적도 있다”라며 “전셋집은 현재 못해도 1억4000만원 정도는 있어야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내 대학가에서 보증금 100만원에 30만원대 월셋집을 찾아보면 곰팡이가 핀 반지하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층이 선호하는 복층 구조는 60~70만원대 월세가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황 씨 역시 “신림동에서 자취하던 시절 보증금 500만원에 공과금까지 월 60만원이 들었다”며 “막 독립을 하는 청년들에게 이는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였는데 좋은 기회로 저렴하고 깨끗한 곳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으로 본격적인 사회 진출 전 시드머니를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특히 민간 임대인들이 꺼려해 혜택을 받지 못했던 월세 세액공제 혜택들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김 씨는 “그간 1000만원대의 보증금을 대출하면 이자 부담도 있었는데 이번 입주로 시드머니를 모을 수 있길 기대한다”며 “월세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집주인들이 해주지 않거나 사이가 틀어질 것이 두려워 말하지 못했는데 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앞으로 세액공제를 맘껏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창업해 만들어낸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인 ‘샵인샵’과 입주민 공동체 커뮤니티에 대한 기대를 가진 입주자도 있다.
황 씨는 “그동안 ‘일일 글쓰기’ 소모임 등을 진행했었다”며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변수가 있는 상황이지만 안암생활이 공간에 대한 큰 변화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공유 주방이나 세탁실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도 큰 거부감은 드러내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앞으로 1인 청년 가구 뿐 아니라 3~4인 가족이 실거주 할 수 있는 전셋집도 실현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 씨는 “서울에서 집을 구해야하는 대학생과 청년들은 기숙사 생활 경험이 있기 때문에 2인 1실에서도 살아본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아직 살아본지 얼마 안됐지만 공유 세탁과 주방은 입주 신청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학생들에게는 정말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부러워한다”며 “다만 3~4인 가족 가구는 주방 세탁 시설 등이 꼭 필요한 만큼 더 좋은 시설을 갖춘 가족 규모 수용 주택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씨는 “1인가구가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주방이 집에 있으면 위생적인 부분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원룸을 찾는 청년 1인가구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정도 비용에 시설이면 많은 대학생과 청년들이 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들은 사회적으로 ‘안암생활’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관심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황 씨는 “전세 대책과 이번 안암생활은 엄연히 다른 부분”이라며 “실제 대학생과 청년들이 독립 후 거주 비용과 주택 시설이 어떤 상황인지 안다면 이번 정책은 확대 돼야 하는 좋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암생활’은 LH가 주택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와 협력해 설계 및 시공한 주택으로 지상 2층~10층 총 122호(복층형 56호·일반형 64호·장애인형 2호)로 구성됐으며, 보증금 100만원에 평형별로 월세 27만~35만원 수준으로 공급된다. 이는 감정평가 기준 시세의 약 45% 정도다.
주변 반경 1.5km 이내에 성신여대·고려대·한성대 등 3개 대학이 있으며, 신설동역과 우이신설선이 반경 500m 내에 있어 도심 접근성이 높다.
내부에는 개별 바닥 난방, 욕실, 침대와 에어컨 등이 빌트인으로 돼 있다. 다만 호텔을 개조한 시설인 만큼 주방·세탁실 등은 지하에 공용으로 마련됐다.
1층에는 청년 1인 브랜드를 지원하는 ‘샵인샵’(청년실험가게)을 운영한다. 또한 주택 운영 위탁 기관인 ‘아이부키’가 직접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게 했다.
변창흠 LH 사장은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와 함께 일자리, 창업지원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결합하한 청년 맞춤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 청년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지역 사회와 연계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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