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반공매도’ 운동 시작정의정 대표 “100만 동학개미 뭉쳐 싸울 것”셀트리온 등 ‘한국판 게임스탑’ 종목 주가 요동전문가들 “미국 시장과는 달라···투자 신중해야”
특히 미국에서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간 전쟁이 벌어진 후 국내에서도 ‘한국판 게임스탑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반(反) 공매도 움직임이 감지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이 퍼져나간 뒤 이번주 첫 거래일인 1일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아 한국판 게임스탑 종목으로 분류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된 것인데요.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의 선봉에 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할 뜻을 밝혔습니다.
앞서 한투연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제도에 대한 충분한 보완 없이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재현될 것이라며,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 등 추가 행동에도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국내에서도 미국 게임스탑 사태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일까요?
현재 국내에서는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공매도 제한 조치가 풀릴 경우 이론적으로는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Reddit)’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결집한 것처럼 이른바 ‘동학개미’들도 충분한 결집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의정 한투연 대표도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가 연합하면, 사실상 100만 동학개미가 뭉치게 되는 것이고, 공매도 피해가 큰 기업들의 주주들이 더욱 가세할 것이어서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현실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투자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그룹 활동을 통해 훨씬 조직화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은 미국과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과 비슷한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증권사 한 연구원은 “미국은 펀드 매니저들이 남의 돈으로 몇 천억원씩 버는 월가 자체에 대한 분노와 함께 공매도가 과도하고 시세를 조정하는 데 대한 응징의 성격도 강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공매도 규모도 크지 않고 기관 투자 문화가 미국 헤지펀드처럼 공격적이지도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국내 시장과 미국의 제도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상하한가 제한폭이 없어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하면 하루 만에 100% 이상 급등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게임스탑의 경우에도 지난 한 주 만에 주가가 400% 이상 급등하는 등 1월 첫 거래일 주당 17달러 선에 불과했던 주가가 1월 마지막 거래일에는 325달러에 마감할 만큼 단기간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30%’의 상하한가 제도가 있습니다. 이익을 봐도 최대 30%, 손실을 봐도 최대 30% 범위에서 거래가 제한되는 것인데요. 게임스탑은 상하한가가 없어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3거래일 만에 5배 이상 폭등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배 상승을 만드는데도 최소 3거래일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공매도 의무 상환기간이 없고, 증거금이 필요없다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또 수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주식 수를 초과한 무한 재대차가 가능한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의정 대표도 “우리나라 공매도는 의무 상환기간이 없어 길게는 10년 이상 한 기업에 기생하면서 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 공매도 주체의 5년 또는 10년간 수익을 조사 후 객관적인 두 수치를 비교해 공매도의 존치 여부를 사회적 논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조차도 5% 내외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결집으로 공매도 세력에게 타격을 주면 얼마나 줄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주가 상승은 가능하겠지만, 높은 주가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주가 하락이 시작됐을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버틸 여력이 있을지도 사실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환경은 공매도 제한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1년여간 신규 공매도가 제한되면서 대차 비용 지속, 공매도 장기화에 따른 기회 비용을 감수했을 투자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자는 헤지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로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숏 스퀴즈를 유발할 주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한국판 게임스탑’ 운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 사례와 여러 상황들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게임스탑으로 언급되는 공매도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할 수 있지만, 상승폭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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