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조언에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로 출범삼성 17개 계열사·이재용 부회장 사과 이끌어내재판부 지적사항 보안 고민···BCG에 연구용역
지난해 2월 5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한 삼성 준법위는 1년간 파격행보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삼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개 사과를 이끌어냈으나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는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독립적인 외부 감시기구로 출범했지만 재판부 조언에서 조직이 탄생한 만큼 ‘재판용’이라는 의심의 눈길도 피하기 힘들었다.
삼성 준법위의 출범은 2019년 10월 25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가담한 횡령과 뇌물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데 따른 것이다.
삼성은 약 2개월 뒤인 지난해 1월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재판부의 조언에 화답했다. 위원장에는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김지형 전 대법관이 선정됐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고 준법위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나 완전한 자율성·독립성 운영 원칙에 대한 약속과 다짐을 받았다”며 “철저한 외부감시자 파수꾼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준법위는 굵직한 성과도 이끌어냈다. 출범 후 두 번째 회의에서 2013년 5월 당시 미래전략실이 임직원의 시민단체 기부 명세를 무단 열람한 것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해 실제 삼성전자를 비롯한 17개 계열사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진행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 “삼성에서 더 이상 무노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파격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후에도 삼성 준법위는 이재용 부회장과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면담에서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행 의지를 확인했고 올해 1월초 면담에서는 위원회의 지속적인 활동 보장과 삼성의 준법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지난해 파기환송심 재판과정을 거치며 준법위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재판부가 최종선고에서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준법위 활동에 대해 “실효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전문심리위원들로부터 지적받은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컨트롤타워 감시 방안 마련’ 등을 완수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내지 못한 준법위의 활동이 축소되거나 조직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재판부가 실효성을 지적한 상황에서 삼성이 준법경영에 매몰돼 의사 결정을 늦출수록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단 이 같은 우려는 이 부회장이 옥중 메시지로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수면 밑으로 가라 앉은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첫 옥중 메시지를 통해 “위원장과 위원들께는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준법위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준법위는 지난달 26일 7개 계열사 CEO와 간담회를 열고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활동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적된 실효성을 보안하기 위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항목 설정에 관해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지배구조 관련 연구 용역도 맡긴 상태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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