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공시 해당없고 약 효능도 입증했는데...시총순위 9위 급락대조군 타 신약 병행투여로 생존기간 증가...“통계적 ‘Fail’일 뿐”진 회장 시세조종 의혹 조사하는 금감원...개미들 “억지 주장”
지난 16일 에이치엘비는 전 거래일 대비 27.24%(2만4900원) 떨어진 6만65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이날 오전 한 매체가 보도한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 때문이다. 이날 에이치엘비의 시가총액은 무려 2조원 가까이 증발했고, 코스닥 시총 순위도 9위로 급전직하했다.
해당 매체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국은 지난해 11월 에이치엘비가 항암치료제의 미국 내 3상 시험 결과를 ‘허위공시’한 혐의에 대해 심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금융위 자조심이 에이치엘비가 임상이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봤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진양곤 회장은 이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앞서 진 회장은 2019년 6월 “임상 최종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뒤 임상 3상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불공정 거래로 본 것이다.
◇“통계적 유의성 못 찾았다”가 임상실패?...허위공시 의혹도 거짓
문제는 에이치엘비의 허위공시 의혹이 사실이 아니란 점이다. 리보세라닙의 임상은 자회사인 엘레바가 맡았기 때문에 에이치엘비의 공시 대상이 아니다. 주가 부양을 위해 사실상 실패한 임상을 성공했다고 홍보했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인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케이스트리트베츠 운영자는 “진 회장은 당시 임상 실패가 아니라 통계적인 유의성이 없어 임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며 “그런데도 언론은 이를 임상 실패로 받아들였고, 당시 주가는 바닥을 쳤다”고 반박했다.
이어 “임상 당시 가짜약을 투여한 플라시보 대조군이 새로 개발된 면역치료제를 혼용하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났다”며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 유의성이 안 나왔다는 것이지 약의 효능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임상에서 리보세라닙을 투여한 환자는 평균 5.78개월, 대조군은 5.13개월을 생존했다. 따라서 미국 FDA가 임상 결과를 평가한 문서의 ‘Fail’은 임상 실패가 아니라 유의미한 통계를 얻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임상학적 유의미성은 달성했으나 통계학적 유의미성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언론에 정보 흘린 금융당국 관계자 검찰 조사 가능성...“법 위반 범죄행위”
하지만 이미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상태다. 이에 대한 책임은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당국에 있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언론에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했다”고 전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검찰의 수사망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행법상 금융당국이 조사 중인 사건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위법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설치법 제35조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전·현직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기사가 나오게 된 절차는 금융당국 관계자가 관련 법을 위반한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내용 역시 모두 일방적 사실관계의 허구적 나열”이라며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서로가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 관계자가 허위공시라고 기자에게 말했다면 금융당국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공매도 헤지펀드가 시세 조종을 위해 이번 사태에 개입했는지 전방위적인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회장, 반대매매 마진콜 막으려 시세조종?...“담보비율·주가 보면 말 안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공매도 세력이 아닌 진 회장의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진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를 저지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금감원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당시 진 회장의 주식담보대출 금액은 250억원, 담보비율은 763%인데 반대매매 마진콜이 걸릴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29일 진 회장과 배우자의 보유 주식수는 460만주로, 당시 주가(4만6500원)를 감안하면 2139억원 규모다. 진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은 280억원이므로 담보비율은 763%라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마진콜 통보는 담보비율이 140%까지 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금감원의 주장이 맞으려면 당시 주가는 주당 7600원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미들 “효능 입증된 신약을 왜 문제삼나”...공매도 세력 개입 의혹 제기
에이치엘비 주주 A씨는 “2만원 대의 최악의 주가에서도 버텼던 진 회장은 주식을 처분한 적도 없다”며 “주가 급등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임상결과 덕분인데, 금감원은 진 회장이 전 세계 석학들과 시세조종을 공모했다고 주장할 텐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주 B씨는 “금융당국의 금융위법 위반 행위가 있었고, 의혹 자체도 대부분 허구”라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유일하게 판매 로열티를 받는 항암신약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임상실패, 허위공시 등 자극적인 언론보도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투매에 이은 재투매,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며 “이로 인해 시가총액 2조원 가량이 증발했는데, 이유없이 주가가 폭락해 이익을 얻는 주체는 공매도 세력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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